매일신문

[사설] 2·18 안전재단, 피해자 돕는 일에만 집중해야

2003년 2월 18일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서 일어난 화재 사고의 추모 사업을 추진할 안전재단이 설립된다. 대구시는 관련 단체의 합의에 따라 이달 말쯤 국민안전처에 가칭 '2'18 안전문화재단' 설립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단은 당시 670억원의 국민 성금 가운데 남은 109억3천만원을 기금으로 해 피해자를 위한 장학 사업, 추모공원 사업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초대 재단이사장에는 영남대 김태일 교수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지하철 화재 사고는 사망자 192명 등 343명의 사상자를 낸 최악의 참사였다. 후속 대책이 늑장을 부리면서 유가족 등은 여러 단체를 만들어 대구시와 정부 등을 상대로 협상을 벌였다. 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대책위원회, 2'18대구지하철참사유족회, 부상자가족대책위원회, 비상대책위원회 등 4곳이다. 그러나 보상 등이 마무리되면서 안전재단의 설립 필요성이 대두했지만, 재단 이사진 구성 등의 문제로 각 단체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재단 설립까지 12년이 걸린 이유다.

뒤늦었지만, 재단 설립이 가시화된 것은 잘된 일이다. 이제는 재단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고민할 때다. 이사장과 이사진이 어떤 결론을 내리든, 근본적인 것은 재단의 모든 역량을 피해자 돕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재단의 슬림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재단을 키운다고 이러저러한 사업을 포괄하면 덩치만 커지고 인건비 등 운영비만 과다하게 들어갈 뿐이다. 그렇다고 대구시가 매년, 또는 필요할 때마다 세금을 재단 기금으로 출연하는 것도 무리다. 이런 점에서 현재 재단의 주요 사업으로 가닥을 잡은 피해자를 위한 장학 사업이나 안전복지 사업은 당연히 해야 하겠지만, 많은 사업비가 들어가거나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까지 관여하는 것은 재단의 성격과 맞지 않다고 본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109억원의 재단 기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해 재단의 영속성을 꾀하느냐는 것이다. 초창기에는 대구시의 공무원 파견 등 일정 부분 행정의 지원이 있겠지만. 운영비 마련 등 장기적으로 여러 어려움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의 재원은 기금의 이자 수입만으로 충당하기 어렵고, 재단의 성격상 수익 사업을 벌이기도 마땅치가 않다. 대구시도 장기적인 지원 계획을 세워야 하겠지만, 첫 출범 때부터 이러한 문제를 충분하게 검토해 내실 있는 재단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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