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 사이에 이른바 '명문고'에 대한 선호는 오랫동안 계속돼 왔다. 학교 분위기, 대학 진학 실적 등 알려진 정보만 해도 어떤 학교가 좋은 고교인지 아는 것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학부모 입장에서는 일단 명문고에 자녀를 입학시키는 것이 좋은 대학에 진학시킬 확률이 높다는 측면에서 명문고에 대한 정보와 입학 방법 등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 들어 초교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 명문 중학교 이야기가 새로운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고등학교 진학만큼 이슈화가 덜 되어서 그렇지 학부모들 사이에 선호도가 높은 중학교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중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학교 근처로 이사하는 정도는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좋은 고등학교에 배정받기 위해 학교 근처로 이사하는 일이 중학교 선택 시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명문 중학교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고교의 경우 다양화 정책을 통해 특목고, 자사고, 자공고, 중점학교 등 다양한 학교 형태가 존재하며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교육과정의 차이가 확연하다. 이러한 교육과정이 학생에게 얼마나 잘 맞는지, 그로 인한 대학 진학 실적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등과 같은 객관적인 지표도 어느 정도 드러나 있다.
중학교의 경우 국제중을 비롯한 극히 일부 학교를 제외하면 특별한 곳이 없고, 얼핏 봐서는 교육과정이나 진학 실적 같은 객관적인 지표도 찾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 사이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은 면학 분위기, 학생 수준 등이다. 객관화된 지표로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쉬는 시간에도 떠드는 아이가 별로 없으며, 앉아서 학원 숙제를 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정도의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 면학 분위기라고 학부모들은 말한다. 학생 수준은 학업 능력, 생활 습관, 학부모의 교육열 등이 복합적으로 고려된다.
학부모들은 이러한 조건에 잘 부합되고 학교 교사들의 열정이 높으면 소위 말하는 명문 중학교로 판단하고 초등학교 때 그 학교 근처로 이사도 마다치 않는다. 얼마 전 대구에서는 학부모들 사이에 선호도가 높은 특정 중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학교 근처로 이사했는데도 원하는 학교에 배정받지 못한 학생들이 환경개선 전학이라는 제도를 급하게 활용, 그 학교로 전학한 사례까지 생겼다. 이쯤 되면 명문 중학교 입학이 해당 학부모들에게는 얼마나 절실한지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에 속하기 때문에 중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 내용의 편차가 고등학교만큼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중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방법을 보면 '학교의 특성, 학생'교사'학부모의 요구 및 필요에 따라 학교가 자율적으로 교과(군)별 수업 시수를 20% 범위 내에서 증감하여 운영할 수 있다. 단 체육, 예술(음악'미술) 교과목은 기준 수업 시수를 감축하여 편성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중학교에서도 가르치는 교육과정이 20%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중요 과목으로 꼽히는 국어, 영어, 수학 교과군의 시수에서 학교별 차이가 생길 여지가 충분하다. 필자가 지역 몇몇 중학교의 2015학년도 3개년 교육과정을 분석해봤더니 실제로 학교 간 차이가 작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부모 선호가 높은 중학교의 경우 국어, 영어, 수학 교과군에 기준 시수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교육과정의 차이가 학생들의 학업 능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중학교 선택의 기준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분명해 보인다.
대구시교육청은 2016학년도 일반고 추첨 배정에서 학군에 관계없이 신입생을 선발하는 단일학군제 적용기준을 학교별 모집 정원의 40%에서 50%로 확대했다. 또한 중학교 진학 시 적용하는 학교군 내 희망학교 우선 지원(선배정) 비율도 40%에서 50%로 확대했다. 고교든 중학교든 학교 선택의 기회가 더 넓어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아이에게 맞는 중학교를 고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고교 선택의 경우 드러난 객관적 지표를 기준으로 하지만 중학교는 학부모들 사이에 떠다니는 이른바 '카더라 통신'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금이라도 더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학교를 선택해야 한다. 이럴 때 '학교 알리미' 사이트는 큰 도움이 된다. 지척에 있는 학교라도 운영하는 교육과정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그 내용은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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