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새누리당, 술판'민폐 당원단합대회 주민에게 사죄해야

새누리당 경주시당 협력위원회가 최근 당원단합대회를 위해 찾은 국립공원 주왕산에서 벌인 음주 소란 행위로 경찰이 세 차례나 출동하는 낯부끄러운 소동이 벌어졌다. 1천 명이 넘는 경주시 당협 소속 당원들이 관광버스를 30대가량이나 동원해 청송 주왕산을 산행하고 주차장에 모여 음식과 술을 나눠 먹은 뒤 일어난 일이다.

많은 인원이 집결한 가운데 술 취한 일부 당원들이 고성방가를 했으며, 더러는 마이크를 들고 시끄러운 소리가 온 산에 메아리치도록 노래를 불렀다는 것이다. 참다못한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자제를 당부했지만, 경찰이 떠나고 나면 소란과 소음이 또 이어졌다고 한다. 당원들의 오불관언에 등산객들까지 항의했고, 경찰이 두 차례나 더 출동하는 법석을 떤 것이다.

이날 단합대회는 당헌'당규에 따라 새누리당 경북도당이 주최하고, 경주시당이 주관한 행사였다. 그런데도 국립공원 내에서의 음주 소란과 흡연 등을 금지한 자연공원법을 드러내놓고 위반한 것이다. 더구나 행사를 주관한 정수성 의원과 행사 주최 측인 이한성 경북도당위원장, 청송이 지역구인 김재원 대통령 정무특보도 함께한 자리였다.

책임을 통감해야 할 국회의원들의 책임 회피성 발언에 주민들은 더 큰 실망감을 느낀다. "산 위가 아니어서 괜찮은 줄 알았다" "인사만 하고 급히 자리를 떠서 몰랐다" "도착하니 경찰이 출동해 있었고, 행사가 끝난 뒤 바로 서울로 왔다" 등등 어느 한 사람 '내 탓'이라는 책임의식이 없다. 가을철 수많은 내외국인이 찾는 명산 국립공원에서 집권 여당의 당원과 당직자들이 가당찮은 추태를 벌여놓고도 진정한 사과와 반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잖아도 밤낮없는 계파 갈등과 저급한 정쟁으로 국민의 절망과 피로감이 쌓여가고 있는데다, 같은 당 소속이었던 심학봉 국회의원의 성폭행 논란으로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마뜩잖은 판국이다. "국회의원이 저 모양이니 당원들인들 별수 있겠나"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북이 아무리 새누리당의 텃밭이라지만, 민심을 두려워하지 않는 특권의식은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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