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미화 칼럼] 촌로 50배, 비리 공무원 5배

선거철 농민 밥 한 그릇, 50배 배상

공무원 범죄 연간 약 1만 건에 달해

인사혁신처,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성완종 비리 스캔들에 연루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공무원들 기(氣) 살린다며 얼마 전 경남도 공무원 140명과 함께 골프대회를 열어 논란에 휩싸였다. 큰 사고만 치지 않는 이상 나라 예산 펑펑 쓰겠다, 정년 보장되겠다, 국민연금보다 몇 배 많은 공무원연금 받겠다, 지금도 공무원 되겠다는 공시족(公試族)들이 줄을 서 있겠다, 아니 공무원들이 무슨 기가 죽을 일이 있어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홍 도지사가 앞장서서 골프대회까지 열어야 하는지 그 속내까지 알 수는 없다.

홍 지사가 기를 살리려는 공무원들은 어떻게든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 나라를 다시 잘 굴러가도록 해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일 년 동안 정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의 범죄 건수는 약 1만 건(9천361건)이나 된다. 2013년에는 그보다 더 많아서 9천899건의 공무원 범죄가 저질러졌다. 어떻게 해서 국가 일을 보는 사람들이 이토록 많은 범죄를 저지르는가.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주 대구지검 국감에서 드러난 지역공무원 범죄 적발 건수는 연간 2천~3천 건에 달한다. 작년 대구지검에는 2천438명, 2011년에는 무려 3천62명의 공무원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접수됐다. 전국 톱이다. 진짜로 범죄가 아닌 것으로 드러난 것인지, 봐주기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나마 기소된 숫자는 세 자리를 넘지 않고 어느 해는 698명, 다른 해는 710명, 또 다른 해는 458명 등을 유지하고 있다.

한 마디로 썩었다. 그런데도 사기 진작을 위한 골프대회라니 가소롭기 그지없다. 그런데 인사혁신처의 비위공무원 징계 강화안을 보면 더 실소를 금치 못한다. 인사혁신처가 내놓은 비위공무원 징계안은 우선 국가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하고, 이어서 지방공무원 등에게도 확산될 예정인데 골자는 술이나 골프를 접대받거나 영화표만 받아도 징계를 받고, 받은 금액의 5배에 달하는 징계부가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현금이 아닌 다른 형태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는 경우가 많은 현실을 감안해서 비리'비위 범위를 확대한 공무원징계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는데 자세히 보면 좀 우습다. 2012년 청도군에서는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선거에 뜻을 둔 지역구 사람으로부터 식사를 접대받았다가 한 마을 수십 명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50배에 달하는 벌금을 물게 된 사실이 있다.

혈연'지연으로 묶여서 정(情)에 약한 시골 노인들이 국밥 한 그릇 얻어먹으면 50배 벌과금을 물어야 하는데 멀쩡한 공무원이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 향응을 받았는데 최고 5배 징계부가금이라니 말이 되지 않는다. 그것도 최고 5배이니 먹은 만큼 '1배 배상' 조치를 내려도 그만이다. 어떻게 엘리트 공무원들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이고, 세월 변한 것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할 수 있는 촌로들에게는 세게 때리나. 부정선거를 막기 위해 50배 벌금을 때리는 것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그렇게 했기에 선거판이 맑아지고 있다. 그러나 연간 1만 건에 이르는 공무원들 범죄를 막지 않고는 우리나라를 부정'부패'비리 없는 깨끗한 나라로 만드는 것은 백년하청이다.

인사혁신처는 소소한 비리라도 민간인 선거사범에 못지않은 징벌적 배상조치가 행해지도록 해서 공무원사회에 비리가 싹틀 여지를 주지 않아야 한다. 나라를 살리겠다는 각오 없이 아직도 업무를 하면서 선심을 쓰는 양 술밥을 요구하는 비리 공무원들에게 선거사범 이상 가는 징벌적 부가금을 매기는 것은 당연한 국민적 요구이다. 심하면 정년 보장 박탈과 연금 삭감 조치까지 내릴 수 있어야 공무원 범죄를 끊을 수 있다. 국가의 종복인 공무원들은 그저 소리소문없이 냄새도 나지 않게 참으로 지극하게 나라를 위한다는 상천지재(上天之載)의 정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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