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짜노, 오늘도 이래 모자라서…."
15일 점심시간 오천읍사무소 뒤편 천막으로 둘러쳐진 무료급식소 앞에서 두 손을 공손히 모은 노스님이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찾아오는 어르신 모두에게 식사를 대접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스님의 인사가 한동안 이어졌다. 식사를 마친 어르신들이 스님에게 '잘 먹었다'고 감사인사를 전했지만, 스님은 식사를 못 하고 되돌아가는 어르신들이 마음에 걸렸는지 인사에 답도 제대로 못 했다.
2007년부터 횟수로 8년째 매주 화요일마다 점심을 제공해 온 구인 스님은 정작 본인이 머물 절조차 짓지 못하고 있는 가난한 노승이다. 절 지을 돈은 없지만 다른 이들과 나누는 여유만큼은 누구보다 풍족하다는 그에게, '무료급식 봉사'는 어떤 의미일까.
스님은 "뭐 거창할 게 있나. 사랑 베풀고 나누는 것이 내 직업인데,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닌가? 조금 더 못 해 그게 아쉬울 뿐이지"라며 싱긋이 웃었다. 스님은 시골 사찰을 운영하다 보니 노인들을 위한 무료급식소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고 한다. 돈이 없어서, 혼자 있어서 등의 이유로 식사를 제대로 못 하는 어르신들에게 한 끼 식사는 오아시스와 같다는 게 스님의 생각이고 현실도 그렇다.
"그저 밥 한 끼 먹는다기보다는 친구도 만나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고, 우리에겐 '놀이터' 같은 곳이지. 일주일 내내 화요일만 기다리는 친구들도 여럿 있어. 혼자 사는 노인들이 많다 보니, 이렇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어." 무료급식소를 일찌감치 찾은 한 어르신은 친구와 함께 이곳 자랑을 한참이나 늘어놓았다.
이곳 무료급식소는 스님을 중심으로 20여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운영된다. 특별한 지원 없이 지금까지 끌고 왔다는 스님은 "외부의 지원금이 많다면 한결 살림이 수월하겠지만, 만약 끊겼을 때를 생각하면 어렵더라도 자립 운영하는 것이 맞다. 지속적인 급식소 운영을 위해 될 수 있으면 사찰 운영비만으로 모든 재원을 충당하려 한다"고 말했다.
무료급식소는 어르신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늘 찾던 어르신이 안 보이면 몸이 편찮으시든지 돌아가셨든지 둘 중 하나다. 그래서 스님은 그 나름의 어르신 출석을 매기며 하루에도 가슴을 몇 번이나 떨어트렸다가 줍기를 반복한다.
무료급식소를 찾는 어르신은 200명가량 된다. 스님은 "밥 한 끼가 쉽지 않은 분들에게 급식소는 유일한 '연명줄'이나 다름없다"며 "아무리 어려워도 식사가 안 끊기고 계속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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