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스코 수사 장기화 폐해…빠르고 정확한 수사로 침체된 포항 경제 살려야

포항철강공단 내 기업들이 포스코 검찰 수사와 철강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경기침체로 철강공단 곳곳에는 공장을 매매하거나 임대하려는 현수막이 나붙어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포항철강공단 내 기업들이 포스코 검찰 수사와 철강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경기침체로 철강공단 곳곳에는 공장을 매매하거나 임대하려는 현수막이 나붙어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포스코 비리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6개월 넘게 끌면서 포항 경제가 쑥대밭으로 변했다. 최근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압수수색에 해당 기업은 물론이고, '카더라' 명단에 오른 기업들도 주변에 해명하느라 전화기를 놓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포스코 내부문건'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마구 유포되면서 해당 기업과 관계자들을 당혹게 하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압수수색…관련 기업도 '당혹'

장기간 수사와 확인되지 않은 소문에 지칠 대로 지친 포스코는 새로운 수사가 시작될 때마다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말로 대응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기업 이미지 악화에 따른 경영손실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 해외투자유치에 제동이 걸린 것은 물론이고, 정준양 전 회장 시절 벌여 놓은 계열사 부실사업 정리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또 권오준 회장이 야심 차게 추진하고 있는 포항의 외주사들에 대한 구조조정도 제동이 걸려 있다. 포스코는 그룹사 차원에서 '특혜거래' '정치권 입김' '세습경영' 등 일부 외주사들이 갖고 있는 불합리한 구조를 바로 세우겠다고 했지만, 검찰 수사 이후 걸음마도 제대로 떼지 못하고 있다. 해외바이어들도 포스코와의 거래에 부담을 느끼고, 수사상황을 자주 묻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 수사를 받는 기업과 거래를 유지하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 상공계에서는 수사 윤곽이 '포스코-정치권과의 비정상적인 거래관계'로 뚜렷해진 만큼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수사를 끝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래야 수사의 실리도 살리고 포스코의 대외신인도, 나아가 지역경제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역 상공계 한 관계자는 "이번 수사가 포스코와 정치권의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관계를 끝내는 계기가 돼야 한다"면서 "최근 '정치권'으로 목표가 명확해진 상황이라면 수사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해야 지역경제가 타격받지 않을뿐더러 검찰도 포항 시민들에게 박수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 수사 6개월…'쑥대밭' 된 포항 경제

검찰 수사로 고용과 투자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늘면서 포항 경기가 얼어붙고 있다. 포항을 주축으로 한 경북 동해안 지역의 체불임금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0%나 늘어난 250억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 최근까지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만 총 1천200여 개 사업장 3천400여 명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80% 이상이 포항에서 발생한 체불임금이라는 점에서 포항 기업들의 사정을 실감케 하고 있다.

올 상반기 포항항의 물동량도 크게 줄었다. 포항신항과 영일만항을 포함한 포항항의 상반기 물동량은 3천14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천378t보다 10.8% 줄었다. 국내외 건설 및 조선산업 등의 침체로 철재 수출입량이 감소하면서 물동량이 줄자, 이곳에서 일하는 경북항운노조원들의 임금도 30% 이상 날아갔다.

이처럼 직장인들의 주머니가 가벼워지면서 식당, 술집 등 지역 소상공인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포스코가 지역상공인을 돕기 위해 현행 '12시간씩 나흘 일하고 나흘 쉬는' 근무제를 '8시간 일하는' 4조 3교대로 바꾸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직원들이 '여가'를 중요시하면서 '12시간씩 이틀 일하고 이틀 쉬는' 4조 2교대를 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일하고 퇴근하기 바쁜 근무제를 바라보는 소상공인들의 낙담도 매우 크다.

포항 이동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김모(54) 씨는 "포스코 경영이 어렵다고 해서 직원들이 회사 방침을 따라줄 것이라고 내심 기대했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여가'도 좋지만 화력발전소를 추진해야 하는 포스코의 절박한 심정과 곤두박질치고 있는 포항 경기를 생각하면 직원들의 희생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포스코를 비롯한 포항 지역기업들의 소비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주거밀집지역 상권을 노린 소상공인들의 폐업도 크게 늘고 있다. 올 상반기 경북도가 2013년 한 해 동안 도내 사업체의 생성 및 소멸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하루 평균 71개가 문을 열고 77개가 폐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자영업이 전체 창업의 89.5%, 폐업의 90.6%를 각각 차지했다. 자영업 중에선 식당이 창업 4천105개, 폐업 3천744개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도내 23개 시'군 가운데서는 포항시가 창업 5천527개, 폐업 6천7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최근에는 포항 중에서도 북구 양덕동 일대의 폐업이 가장 심각하다. 가격대가 높은 물품을 취급하는 업종일수록 이 같은 성향이 강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낮은 대출금리 덕을 보며 양덕에 대규모로 조성된 신규 아파트단지에 입주한 직장인들이 소비를 크게 줄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지역의 전반적인 소비 위축은 포항롯데백화점 매출에도 타격을 입혔다. 매년 전체 롯데백화점 매출 가운데 중상위권을 기록하던 순위가 올해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평년보다 무려 30% 이상 떨어진 매출에 백화점은 충격을 받고, 영업권을 울진'영덕'경주 등으로 확대하며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포항제철소 발전설비 투자…포항에 1조 푼다

현대제철은 지난 7월 2천800억원을 들여 포항공장 설비 신예화 등을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투자 총액 가운데 40%가량인 900억원이 포항 경제에 흡수될 전망이다. 동양건설산업도 '포항 두호마리나 항만 개발사업 투자유치에 관한 MOU'를 포항시와 체결하고, 오는 2018년까지 1천9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 회사가 사업을 완료하면 고용창출과 더불어 포항이 글로벌 해양 레포츠 메카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도 포항제철소의 노후화된 발전설비에 대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발전 효율을 개선하고 온실가스를 감축시킬 대규모 투자사업이다. 포스코는 가동연수 40년 내외로 노후 열화가 심하고 효율이 낮은 제철소 내 발전설비에 대해 자금을 투입한다. 올 연말 설비공급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2017년부터 단계적인 공사에 돌입한다. 이 사 업에 모두 1천735억원이 들어간다. 아울러 포항 시민들의 지지와 더불어 환경부의 규제가 완화된다면 자체 화력발전설비 도입을 위한 추가투자비 1조원도 포항에 풀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발전 보조설비 및 전기, 제어설비 분야에 역량을 보유한 지역 업체가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된다. 특히 공사기간 동안 투입되는 약 5만 명(연인원)의 건설인력이 지역 경기활황을 도울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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