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을 복원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대부분 사람들은 단순히 역사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정도로만 이해하는 것 같다. 여러 의미가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의 형상을 단순 복원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사상과 생활상, 즉 문화를 복원한다는 점이다. 문화유산 복원은 고유한 전통의 문화와 민족 정체성을 되살리는 것이고 이는 바로 문화융성의 미래를 열어가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인쇄문화의 원형인 목판은 선조들이 한 자 한 자 손으로 새겨 후손에게 전해 주려 했던 고귀한 정신문화의 산물로 인쇄술을 넘어 최고의 예술품이기도 하다. 오늘날 이런 기록문화유산의 가치는 세계가 인정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들은 그 소중함과 우수함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목판 복원은 조상들이 남겨준 지식 정보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첫걸음이며, 소중한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그 우수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일연 스님께서 군위 인각사에서 저술한 삼국유사는 삼국뿐만 아니라 고조선을 비롯해 부여, 고구려, 발해, 가야 등 고대국가 역사를 망라하고, 단군 등 시조신화, 불교, 민속신앙, 서민생활상, 고대문학에 대한 자료도 풍부하게 수록되어 있는 역사서로 한민족사의 자주성과 문화의 우수성을 뚜렷이 인식할 수 있는 절대적 가치를 지닌 위대한 문화유산이다.
삼국유사 목판사업은 민족의 보물인 삼국유사가 원목판 없이 인쇄본만 남아 있어 그 원형을 복원하려는 것이다. 목판 복각(復刻)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처음 추진하는 것으로 경상북도와 군위군 주최로 한국국학진흥원이 주관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2017년까지 현존하는 삼국유사 판본 중 3종을 목판으로 복각해 전통의 방식으로 책을 만들어 보급하는 사업이다.
경상북도는 지난해 국비를 확보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그동안 조직 구성, 각수 선발, 판본 조사 등에 심혈을 기울여 왔고, 지난 8월부터는 3종의 판본 중 가장 먼저 조선 중기 판본인 '중종 임신본' 판각을 연내 완료를 목표로 실시했으며, 내년 초에는 전통 방식으로 인출 제작한 책을 연구소, 대학 등 관계기관에 보급하게 된다.
또한, 군위군에 소재한 삼국유사 역사테마 공원에 전시 체험관을 열고 홈페이지도 개설해 복각 전 과정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고, 누구라도 관련 자료를 쉽게 활용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전통 목판인쇄 문화를 널리 알릴 예정이며, 새롭고 다양한 문화콘텐츠로서의 활용 방안도 계속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목판의 중요성과 가치를 더욱 부각시킬 이번 사업은 10월 중에 있을 한국국학진흥원 소장 '유교책판 718종 6만4천226장'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성공에도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한편, 경상북도는 최근 프랑스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작가가 "삼국유사는 한국과 동양 문학의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이기에 목판 복원은 아주 흥미로운 일"이라며, 삼국유사의 문학적 가치를 국제 사회에 알리는 일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향후 삼국유사 목판 복원, 번역, 해외 보급 등 다양한 방면에 상호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처럼 삼국유사 목판사업은 자랑스러운 우리 목판 기록 문화의 가치를 재조명함으로써 삼국유사의 역사적'문화적 의의를 다시 밝히고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에 기여함은 물론,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회복하기 위한 민족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경상도 개도 700년'을 맞아 역사적인 경북도청 신도시 이전을 기념하고, '새로운 천년의 신도청 경북시대'와 '문화융성의 시대'를 열어나가는 데 필요한 경북의 자존감을 되살릴 수 있는 매우 뜻 깊은 일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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