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동산 재테크 재미 본 '스타' 세대

결혼 적령기 부동산 불황, 아파트 산 30∼40대 집값 올라 시세 차익

직장인 이모(39) 씨는 요즘 아내에게 한껏 기를 펴고 산다. 몇 해 전 입주한 대구 북구의 한 임대주택 아파트가 분양 전환되면서 1억여원의 시세 차익을 거머쥐게 됐기 때문이다. 그는 "침체기 때 얻어놓은 임대 아파트가 마침 호황기 때 분양 전환돼 살림살이에 큰 보탬이 됐다"며 좋아했다.

2010년 3월에 결혼한 최모(38) 씨도 요즘 새 투자처를 물색 중이다. 결혼과 함께 2억원을 주고 샀던 아파트가 3억8천만원까지 오른 덕분에 투자 여력이 생겼다. 최 씨는 "IMF 때만 하더라도 우리 세대가 저주받았다고 생각했는데, 결혼 적령기와 대구 부동산 경기가 맞물려 오히려 축복 세대"라고 했다.

대구 주택시장에서 30, 40대인 이른바 '스타크래프트 세대'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결혼 적령기 때 불어닥친 지역 부동산시장 불황으로 비교적 싼값에 집을 산 덕분에 최근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가량의 시세 차익을 챙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오락실보다는 PC방이 훨씬 친근한 세대로, PC방 열풍을 일으켰던 대표적 게임인 '스타크래프트'를 따서 '스타 세대'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예리한 부동산 시장 정찰(정보)과 적절한 타이밍의 러시(투자)로 부의 레버리지 효과를 누리고 있다. 특히 대구는 이들 세대들이 집을 장만할 시기인 결혼 적령기를 즈음해 시장이 침체됐고 이후 빠르게 회복돼 스타 세대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이 극심한 침체기였던 2008년부터 시장이 회복되기 전인 2010년 말까지 모두 4만66쌍이 부부의 연을 맺었다. 이들 중 상당수가 결혼과 함께 주택을 구입했고, 현재 치솟은 집값 덕에 어느 정도 부가 쌓였다.

경북 왜관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박모 씨도 최근 집을 두 채나 갖게 됐다. 2009년 결혼 당시 2억3천만원에 샀던 수성구 만촌동 아파트를 지난해 처분하고 북구에 아파트 두 채를 마련했다. 시세 차익만 1억원을 챙긴 덕분이었다. 현재 그는 부동산 블로그와 카페를 찾아다니며 투자처를 찾고 있다.

생업을 아예 부동산 중개업으로 바꾼 스타 세대도 속속 나오고 있다. 30대 후반인 김모 씨는 지난해 태권도 도장을 접고 부동산 중개업에 뛰어들어 한 달 평균 6~10건의 계약을 성사시키고 있다. 권오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사는 "공인중개사 시장에 젊은 층들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전문기관인 한국감정원 역시 스타 세대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한국감정원은 지난해 '주택시장에 대한 진단 결과'에서 베이비부머에게서 태어난 에코세대(1979~1992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가 2025년까지 연평균 60만 명 수준으로 주택시장에 진입하고 1인 가구와 등록 외국인 수가 빠르게 늘어나 일본과 같은 부동산 시장 침체는 오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구과학대 김경한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40, 50대 테트리스(오락실) 세대가 주름잡던 주택 지형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며 "30대의 젊고 씩씩한 스타크래프트(PC방) 세대가 부동산 시장에서 풍부한 정보력 등을 바탕으로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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