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음은 총선 콩밭에…절반 날린 '부실 국감'

일정 반환점…곳곳서 맥 빠진 행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이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세종 영상국무회의 시작 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종섭 행정자치부장관이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서울-세종 영상국무회의 시작 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환점을 돈 제19대 마지막 국정감사가 부실 국감으로 전락했다. 역대 최다(708개) 피감기관이 선정됐지만 국감 일정이 뒤늦게 확정돼 준비 기간이 빠듯했는데다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 마음이 콩밭에 가 있기 때문이다. 또 국감을 준비해야 할 정책 보좌관들이 지역구에 머무르는 경우가 허다해 국회의 행정부 견제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국감 기간에 지역구 지키는 보좌관들

지역의 A의원실에 근무하는 한 보좌관은 국감 기간에도 국회에서 만나기 어렵다. 해당 의원의 지역구는 일찌감치 총선 출마자 윤곽이 드러나 지역구 관리를 하라며 보좌관을 지역에 보냈기 때문이다. 지역의 또 다른 의원실도 올해 초부터 보좌관을 선거구에 내려 보냈고, 국감 준비도 지역에서 거들었다.

18일에는 의원들의 지역구행으로 국감장이 텅텅 비다시피 했다. 관세청 등을 대상으로 한 기획재정위 국감에서 오후 4시가 넘자 질의가 끝난 여야 의원 대부분이 자리를 비웠다. 상향식 공천 도입이 논의되면서 의원들이 지역구 챙기기에 더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국회 보좌진 사이에서도 자조 섞인 비판이 나온다. 새누리당 의원 한 선임 보좌관은 "보좌관의 원래 역할은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보좌하는 것인데 행정부의 국정 수행을 감사하는 국감 기간에 의원들이 선거에 보좌진을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부실 국감 비판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내년 총선 때문만은 아니다. 뒤늦게 잡힌 국감 일정도 부실 국감을 부추기는 데 한몫했다. 이번 국감은 추석 연휴를 사이에 두고 이달 10일부터 23일까지 먼저 실시하고, 다음 달 1~8일에 다시 연다. 하지만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국감 일정을 합의한 것은 지난달 20일로 국감을 한 달(9월 10일)도 채 앞두지 않은 시점이었다. 물리적으로 피감기관에 자료를 요청하고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것이다. 기획재정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 보좌관은 "통상 국감은 7월 초부터 미리 준비하고, 자료도 여러 번 요청해서 꼼꼼히 훑어본다"며 "9월쯤엔 현장도 가보고 해야 하는데 올해는 시간이 부족해 자료 요청도 1차에 끝냈다. 피감기관의 준비 미비라기보다 의원실에서 준비가 덜 된 것"이라고 털어놨다.

◆국감에 관심 없는 당 대표들도 문제

올해 피감기관은 708개로 역대 최다 숫자다. 출석 요구를 받은 증인도 공직자 3천931명, 일반인 244명 등 총 4천175명이다. 이는 3천761명이었던 지난해보다 414명 늘었다. 하지만 피감기관을 잔뜩 선정해 놓고 질의는 거의 하지 않거나, 서면으로 질의를 대체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18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25개 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을 진행했지만 세종학당재단, 한국영상자료원 등 9개 기관에 대해선 아예 질의 조차하지 않고 국감을 끝냈다.

짧은 국감 준비 기간을 이용해 피감기관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부실한 자료를 제공해 국감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21일 한국가스공사 등을 대상으로 한 산업통상자원위 국정감사에선 가스공사가 여당 의원이 요구한 전체 자료를 주지 않고,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국감을 지속적으로 감시해 온 시민단체인 '국정감사NGO모니터링단'은 이번 국감의 가장 큰 문제는 여야 대표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국감 전부터 상향식 공천여론전에 바빴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재신임 문제로 행정부 저격수가 돼야 할 야당 의원들마저 국감에 집중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라는 것.

홍금애 국정감사NGO모니터단 공동집행위원장은 "의원들 마음이 가뜩이나 콩밭에 가 있는 시긴데 양당 대표가 자기 정치에 몰입하니 의원실에서 나오는 보도자료가 지난해의 10분의 1밖에 안 된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양당 대표 탓도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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