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통합의료진흥원 전인병원 개원…양한방 통합 시스템 첫 도입

22일 대구 남구 전인병원 통합치료실에서 외과 및 한방내과 합동 의료진이 무릎 통증 환자에게 뜸 시술을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22일 대구 남구 전인병원 통합치료실에서 외과 및 한방내과 합동 의료진이 무릎 통증 환자에게 뜸 시술을 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지난 21일 오전 대구 남구 대구가톨릭병원 옆 통합의료진흥원 전인병원 통합통증클리닉. 병원을 찾은 김모(78) 씨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고 있었다. 김 씨는 척추 디스크 질환으로 4차례나 수술을 받은 상태. 지난 6월에도 디스크 수술 후 입원 치료를 받다가 퇴원을 앞두고 재발한 상황이었다.

"지금은 수술을 다시 받기는 어려운 상태예요. 3, 4번 요추에 같은 증상이 반복되는데, 수술을 해도 재발이 반복될 겁니다." 의료진의 설명에 김 씨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의료진은 X-선 촬영과 함께 통증치료를 권했다.

여기까지는 일반 병원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김 씨는 같은 병원에서 양'한방 진료 프로토콜에 따라 한의사의 진료와 침, 뜸 치료도 받게 된다. 김 씨는 "종합적으로 질환을 평가하고, 정확하게 진단해주는 게 마음에 들었다"면서 "진료 시간도 넉넉해서 궁금한 점을 충분히 물어볼 수 있었다. 입원 병동이 마련되면 입원 치료를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모습은 양'한방 통합치료를 하는 전인병원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지난 11일 문을 연 전인병원은 한방과 양방이 동등한 위치에서 처방을 내린다.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다. 양방에 한방을 접목하거나 반대인 경우는 드물지 않지만, 양방 치료에 한방이 보완하는 역할에 그치거나 한방병원에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근무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통합의료에 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다 보니 제도상 미비점은 있다. 가장 먼저 부닥치는 벽은 건강보험급여 문제다. 의료법상 동일한 장소, 증상, 기간에 양'한방으로 진료했을 경우, 둘 중 하나의 의료행위에만 급여를 청구할 수 있다. 다른 쪽은 비급여 대상이 되고, 환자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의사와 한의사가 같은 진료실에서 환자를 볼 수 없는 점도 문제다. 법적으로 의사와 한의사는 각각 다른 공간에서 진료를 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환자는 각각의 진료실을 오가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정순재 전인병원 진료부원장은 "아직 의사나 한의사 모두 꺼림칙한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의료수가나 통합 진료 형태에 대한 제도적 기반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인병원은 보건복지부'대구시'대구가톨릭대병원'대구한의대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양'한방 통합의료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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