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빅데이터 계획경제

중국 알리바바 그룹 마윈(馬雲) 회장이 새로운 개념의 계획경제를 제시해 관심을 끈다. 이름을 짓는다면 '빅데이터 계획경제'쯤 될 듯하다. 실시간으로 생기는 엄청난 빅데이터를 수집'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기술(DT)을 이용하면 시장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어 자원을 계획적으로 생산'분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까지는 계획경제가 시장경제에 졌지만 2030년경에는 계획경제가 더 우세한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한다. 과연 그렇게 될까?

1970년대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집권한 칠레 아옌데 정권의 '사이버신'(Cyber-Syn)이란 계획경제 시스템의 운명은 이 물음에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영국의 사이버네틱스 이론가 스태퍼드 비어의 도움으로 구축한 이 시스템은 '버로스 3500'이란 슈퍼컴퓨터로 국가 경제를 관리하는 것이었다. 전국의 현장 관리자가 매일 아침 생산량과 부족분 등 각종 정보를 텔렉스로 보고하면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이 슈퍼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필요한 결정을 내렸다.

서구 언론은 놀란 눈으로 바라봤지만 사이버신은 실패했다. 현장 관리자들이 보고하고 싶은 것만 보고하고, 문제는 감추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유용하지만 사장(死藏)되는 정보가 엄청났을 것이란 점이다. 아옌데와 사이버신 관리자들은 그런 정보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을 것이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의 지적처럼 복잡한 이 세상에는 순식간에 사라지지만, 유용할 수도 있는 국지적 정보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그냥 계획자라고 해도 좋다)는 이를 모두 알 수 있을 만큼 천재가 아니다.

마윈의 '빅데이터 계획경제'는 '계획'의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컴퓨터의 성능이나 정보기술은 1970년대와 비교 자체가 안될 만큼 더 발전할 것이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완벽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빅데이터가 많은 것을 말해주지만, 그것이 세상의 모든 정보들의 총합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계획은 현실과 괴리될 수밖에 없다.

그뿐만 아니다. 빅데이터 자체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는 문제도 있다. 세상에는 유용한 정보만이 아니라 쓰레기 정보도 넘쳐난다. 그리고 오늘은 쓰레기 정보였다가 내일은 유용한 정보로 바뀔 수도 있고, 그 역도 가능하다. 빅데이터 기술이 얼마나 발전할지 모르겠지만, 세상의 변화무쌍함을 이겨낼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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