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무비판·수동적 '양떼' 팔로십
새정치 대세에 따라가는 '실리추구형'
평범한 사람도 훌륭한 리더로 만드는
비판적 사고 능동적 행동 팔로십 필요
'리더십'에 관한 강의 요청을 받을 때마다 정중히 사양을 하면서 이렇게 덧붙이곤 한다. "다들 리더가 되면, 팔로는 누가 해요?"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팔로십이다. 현재 정치권은 리더십의 위기를 보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문재인 대표가 연일 거센 사퇴의 압박을 받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새누리당에서 김무성 대표는 실은 문재인 대표보다 훨씬 더 불우한 처지에 있다.
여야 지도체제의 위기는 리더십의 문제가 아니라 팔로십의 문제로 보인다. 즉 문재인 대표나 김무성 대표의 리더십이 아무리 탁월해도 구조적 이유에서 당내에서 그들의 입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먼저 김무성 대표는 애초에 새누리당의 리더가 될 수 없다. 새누리당의 진짜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의원이나 당직자의 상당수에게 김 대표는 자신들의 지도자가 아니라 박 대통령이 잠시 맡겨둔 조직의 관리인일 뿐이다.
당의 주인이 따로 있다는 게 새누리당의 문제라면, 새정치연합의 문제는 당의 주인이 없다는 데에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비록 민주투사였지만 당내의 리더십은 결코 민주적이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스스로 제왕의 자리를 포기했지만, 그에게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 승부사 기질을 만들어내는 묘한 카리스마가 있었다. 새정치연합의 문제는 이 두 '비범한' 지도자가 떠난 자리에 평범한 인물을 지도자로 세우는 민주적 팔로십을 갖추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로버트 켈리라는 학자는 '비판적/무비판적' '능동적/수동적'이라는 기준을 사용하여 팔로십을 크게 다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1)무비판적이며 수동적으로 지도자를 따르는 '양떼', (2)무비판적이지만 능동적으로 지도자를 옹호하는 '예스맨', (3)관망하다가 대세가 결정된 후에 움직이는 '실리추구형', (4)비판적 사고를 하나 행동하지 않고 냉소하는 '국외자', (5)비판적 사고를 하면서도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스타 팔로'가 그것이다.
새누리당의 팔로십은 이 중에서 '양떼'에 가깝다. 이른바 '친박'은 양떼가 목자에 의존하듯 능력 없이 박근혜 대통령(실은 박정희 대통령의 후광)에 의지해 목숨을 부지하는 수동적 존재들이다. 물론 이정현 의원처럼 몸 던져 무조건 대통령을 옹호하는 '예스맨'도 더러 존재한다. 하지만 이 유형은 실은 새누리당 내에서는 다소 낯선 것이다. 그의 팔로십은 차라리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을 따르던 이들의 그것에 가깝다. 다만 주군이 바뀌었을 뿐이다.
반면 새정치연합 멤버들의 팔로십은 비판적이면서 무비판적이고, 수동적이면서도 능동적인 '실리추구형'에 가깝다. 박지원, 이종걸 의원을 비롯해 그 당의 대다수 멤버는 문 대표를 비판하는 것도 아니고, 안 하는 것도 아니고, 그와 싸우는 것도 아니고, 안 싸우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양쪽으로 다 자락을 깔아둔 채, 어느 쪽으로든 대세가 결정되기를 관망하고 있다. 그들은 아마도 대세가 결정된 후에야 자신들의 행보와 태도를 명확히 할 것이다.
한편 새정치연합 내에서 문재인 대표를 열심히 흔드는 이들의 팔로십은 비판적이나 수동적인 '국외자' 형이다. 그들은 지도자를 비판하나, 그를 도와 당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은 그저 냉소하고 방관하는 수준을 넘어, 가끔은 적극적으로 당의 활동에 딴죽을 걸기도 한다. 그들이 그러는 것은 물론 오직 자신들만이 진정한 지도자라고 믿기 때문이다. 안철수, 천정배, 박주선 같은 이의 팔로십이 이 유형에 속한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다섯째, 즉 비판적 사고를 하면서도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팔로십이다. 로버트 켈리에 따르면, 이런 팔로십을 가진 이들은 지도자가 없는 상황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한다. 굳이 카리스마를 가진 초인을 기다릴 필요 없다. 중요한 것은 리더십이 아니라 팔로십. 비판적이며 능동적인 팔로십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까지도 훌륭한 리더로 만들어 준다. 리더십은 초인의 선물이 아니라, 범인들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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