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호남의 쇄락과 TK의 미래

한국 정치는 참 매력적이다. 유권자 과반의 지지만 확보하면 당선자는 임기 동안 소신을 굽히지 않아도 된다. 출마 후보가 셋 이상이면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유권자가 더 많더라도 '국민대표'의 지위는 흔들리지 않는다. 이른바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다. 따라서 과반 득표를 자신하는 정치인(정당)은 현행 정치체제를 유지하고자 한다. 절반의 득표로도 '완벽한' 권력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 이상 득표가 힘든 정치세력에 한국 정치는 재앙이다. 현 구조에선 반대자(사표)로만 남을 뿐 당선(집권)이 요원한 탓이다. 이들은 연립정부 구성을 통해 집권할 수 있는 의원내각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지난 22일 박주선 의원이 신당 창당을 공언하며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했다. 박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발탁한 3선 국회의원으로 '호남 정치'를 이끌 차세대 주자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런데 박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에서 ▷다당제에 기반을 둔 연립정부의 제도화를 위해 내각제를 포함한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 ▷국회 원내교섭단체 장벽 철폐를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충청 정치'를 대표했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JP)의 주장과 한 치의 차이도 없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선 JP의 주장을 충청권의 힘만으론 집권할 수 없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여겨왔다. 호남 정치의 부활을 내건 박 의원이 JP 방식(지분 확보)을 언급하자 역설적으로 호남 정치의 쇠락을 얘기하는 이들이 많다. 충청에 이어 호남이 자력으로 집권이 힘든 현실을 자인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렇다면 'TK 정치'는 어떤가? 호남 정치가 친노'주류의 패권주의가 압도하는 새정치연합에서 찬밥 신세이듯 TK 정치도 수도권 승부에 몰입하는 새누리당에서 '동메달' 신세다.

머지않은 미래에 TK 정치의 부활을 얘기하는 지역 정치인이 JP 방식을 언급하지나 않을지 자못 궁금하다. 1990년대 말 한 정치학자는 "한국정치의 지역 균열 구조는 현재의 종축(영호남 동서 분할 구도)에서 장기적으로 횡축(수도권 vs 지역)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의 비대화가 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고 예견한 바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20대 총선 선거구 조정 결과에 따라 수도권의 의석은 최대 122석(전체 지역구 의석의 49%)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때 한국 야당사(史)의 주인공이었던 호남 정치의 쇠락을 바라보면서 TK 정치의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결국은 지역 균형발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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