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폭스바겐 의혹 밝히고 검증 시스템도 바꿔야

폭스바겐 자동차의 배출가스량 조작 사태가 국내에도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정부가 24일 해당 제품들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 데 이어 국토교통부는 일부 의심 차종에 대해 연비도 재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3, 4년 새 독일 디젤엔진 차량 수입이 급격히 늘어난데다 특히 문제가 된 폭스바겐사의 골프'제타'비틀, 아우디 A3 등이 국내에 많이 판매된 모델이라는 점에서 보다 철저한 조사와 후속 조치가 요구된다.

현재 배출가스 조작이 의심되는 독일 디젤 차종 중 국내에 운행 중인 차량은 모두 15만 대로 추산된다. 폭스바겐 8종 11만1천여 대, 미국에서 조작이 적발된 A3를 포함해 아우디 A4, A6, Q3, Q5 등 6개 차종 약 3만5천 대 등이다. 대구경북은 올해 상반기 기준 수입차량 등록 대수로 따지면 가솔린 9만2천여 대, 디젤 3만여 대로 수도권'부산경남 다음으로 많다. 그만큼 소비자 피해는 물론 환경오염 등 악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의 심각성 때문에 정부가 문제의 차종을 면밀히 조사하겠다고 밝힌 것은 바른 대응이다. 정부는 평택항에 입고돼 출시를 앞둔 해당 신차를 모델별로 1대씩 뽑아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사태의 전모를 밝히는데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조작에 쓰인 전자제어장치 소프트웨어 확인도 중요하지만 이미 운행 중인 차량에서 기준치 이상의 가스를 배출하는지 밝히는 게 더 시급해서다. 전문가들은 보다 정확한 조사를 위해 시중에 운행 중인 해당 차량들을 무작위로 뽑아 검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실험실에 국한된 겉핥기식의 성능 인증과 자동차 제작사 현지법인이 제출하는 서류에만 의존하는 관리 시스템도 개선 대상이다. 배출가스량 조작을 밝혀낸 미국과 같은 검증 시스템이 없다면 글로벌 메이커의 교묘한 속임수를 밝혀내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입차 한국법인들은 차량 결함 등이 적발돼도 국내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며 리콜 조치를 않는 등 미국'유럽과 달리 한국시장에 편파적인 행태를 보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비자 불만을 외면하거나 시정 명령에도 마냥 미적대는 제작사들은 엄히 제재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철저한 성능 인증과 검증, 사후 조사가 뒷받침돼야 한다. 만일 조작 사실이 드러나면 해당 제작사에 리콜 명령을 내리고 따르지 않는 제품에 대해서는 판매 정지 등 단호히 조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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