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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옛 지면에서 찾는다…키워드로 풀어보는 추석의 변화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에 관한 기사는 1999년 처음 등장했다.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에 관한 기사는 1999년 처음 등장했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의 역사는 신라시대부터 따지면 1천 년이 훌쩍 넘어갑니다. 추석을 쇠는 풍경이 시대마다 달랐겠지만 가장 급격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 건 아마 해방 이후 근대화와 경제 발전을 이룩한 지금까지의 약 70년간이 아닐까요. 전통적인 것들이 유지돼 왔던 1960, 70년대와, 경제 발전과 가족 구성의 변화 등으로 인한 다양한 변화가 등장하기 시작한 1980, 90년대를 거쳐 지금의 2000, 2010년대까지 세월이 변한 만큼 추석을 보내는 우리들의 모습도 다양하게 변했습니다.

이번 주 '즐거운 주말'에서는 추석을 맞아 우리들이 보낸 추석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왔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변화의 양상을 어디서 확인해 봤느냐고요? 바로 매일신문에 보도된 추석 관련 기사들을 검색해 봤답니다. 추석의 변화를 보여줄 수 있는 몇 가지 키워드로 기사를 확인해 보니 재미있는 것들이 많더군요. 독자 여러분들도 음식 만들다 지치면 한 번 쉬면서 읽어보세요.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추석의 변화를 1970년부터 2014년까지의 매일신문 기사 검색을 통해 확인해 보았다. 그중에는 새로이 등장한 모습도 있었고, 눈에 띄게 변화를 보이는 곳도 존재했다.

◆명절 스트레스-가짜 깁스를 등장시키다

올해 9월 7일 자 매일신문 6면에는 '웃어야 할 추석연휴 웃지 못할 가짜 깁스'라는 제목의 기사가 등장했다. 명절날 각종 노동과 시댁과의 갈등에 명절이 즐겁지 않은 주부들이 가짜 깁스를 이용해 이를 피해 가려는 세태를 보여준 기사다. 이처럼 '명절 스트레스'라는 말이 어느 순간 등장해 즐거워야 할 명절을 즐겁지 않게 만들고 있다.

명절 스트레스가 처음 등장한 매일신문 기사는 1999년 1월 27일 자에 실린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다. "결혼 4년 차인 전업주부 류모(30'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씨는 2월 달력만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시작하는 이 기사는 명절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갖가지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명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는 일하는 도중 스트레칭을 하거나 약간의 휴식을 꼭 가지고, '나는 힘들지만 애들이 좋아한다'는 등 명절의 좋은 점을 부각시켜 보는 긍정적 마인드 갖기, 스스로를 우울하게 만드는 형제간의 비교 피하기, 상대를 잘 선택해 답답한 집안 문제 털어놓기 등이 제시됐다. 또 "부엌일을 하는 동안 남편이 아이를 봐주고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일들을 적절히 돕는 것이 즐거운 명절나기를 위해 필요한 남편의 행동수칙"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1999년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명절 스트레스에 관한 기사가 나오고, '가짜 깁스'까지 등장하는 세태까지 보도되는 걸 보면 21세기가 되어서도 수면 위로 떠오른 명절 스트레스의 딱 부러지는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고 봐야 하겠다.

◆차례상-'간소히 하자'에서 '색다른 먹거리'로

1971년 10월 1일 자 매일신문 5면에는 '주부의 추석 채비'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이 기사는 '상 차리기'를 첫 주제로 기사를 시작했는데, '차례상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것만 구색을 갖추어 장만하는 주부의 센스가 필요하다'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기사에서는 "대개 어적도 몇 가지씩 굽고 나물적도 여러 가지 굽는데, 육적, 어적, 소적을 각각 한 가지씩만 구워 주부가 기진맥진하게 피로하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고 말하고 있다. 뒤집어보면 당시 추석 차례상은 푸짐하게 차리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여성단체에서는 추석상 간소히 차리기 캠페인을 열기도 했다.

요즘은 오히려 차례상에 올라가는 과일의 변화를 기사화하는 경우가 많다. 2013년 9월 7일 자 매일신문 11면 '토종과일 못 구해서…홍동백서 대신 알록달록'이라는 기사는 추석 차례상에 올라가는 먹거리의 변화를 한눈에 보여준다. 바나나가 일찍이 차례상을 점령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멜론, 파인애플도 심심치 않게 차례상에 올라간다. 반면 사과와 배는 기후변화로 인해 경작지가 줄어들면서 점점 찾기 힘든 과일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는 차례상에 피자를 올린 사례도 언급하면서 차례상과 음식에 대한 변화된 생각도 소개하고 있다. 기사 말미에는 차례상을 대행해 주는 업체 이야기도 등장하는데, "편리함과 저렴한 비용 덕분에 차례상을 대신 차려주는 업체를 이용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성묘, 벌초-뉴스거리가 '성묘'에서 '벌초'로

추석 전에 조상의 산소를 찾아 벌초하고, 추석날 성묘를 가는 일은 우리의 오랜 전통이다. 40년 전 신문에는 '성묘가는 길'이 벌초보다 더 많은 뉴스거리를 만들었다. 1976년 9월 10일 자 매일신문 7면 '빗속 성묘행렬 잇달아'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비가 온 이날 대구 주변의 공원묘지 등으로 성묘를 가는 시민들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이 기사를 보면 "대목을 노리는 택시 바가지 횡포 등 갖가지 부작용도 빚어져 시민들을 곤혹게 하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또 성서 공동묘지에는 삽질 한 번 해주고 2천, 3천원을 요구하는 등 악덕 바가지도 횡행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보다 앞선 1974년 9월 29일 자 매일신문 4면 하단에는 한 공원묘지가 성묘객들을 위한 무료셔틀버스를 운행한다는 광고가 등장하기도 했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기사의 비중은 성묘에서 벌초로 넘어가는데, 대부분 벌초 때 사용하는 예초기와 말벌의 습격에 관한 기사들이 추석 전후 주요 사건사고로 보도됐다. 매일신문에 명절 때 예초기를 사용한다고 언급한 첫 기사는 1994년 8월 29일 자 기사였다. '벌초기 효도선물로 불티'라는 제목으로 나온 이 기사는 "김진철(66'경남 합천군 묘산면) 씨는 '도시 사는 아이들이 돈을 보내와 벌초기를 사러 대구까지 나왔다'며 '마을에선 벌초기가 필수품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적고 있다. 예초기가 대중화되면서 예초기로 인한 사고와 이를 막기 위한 방법에 대한 기사는 거의 매년 등장했다. 1996년 9월 18일 자 매일신문에는 "문경시내 병의원들에 따르면 이달 들어 예초기에 발가락을 절단당하거나 튕긴 돌에 맞아 중경상을 입고 치료를 받은 사람이 23명에 달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을 시작으로 예초기 소음에 민감해진 벌이나 뱀이 벌초하는 사람들을 공격하는 사고도 빠지지 않고 보도됐다.

◆귀성'귀경길-루트가 다양화되다

1970년대의 귀성'귀경길은 대개 철도와 고속버스가 책임져왔다. 1975년 9월 20일 자 매일신문 7면의 한 기사는 "추석연휴를 하루 앞둔 19일 동대구역을 비롯해 고속버스터미널과 시외버스정류장은 평일보다 3배가 넘는 귀성 인파로 러시를 이뤘다"며 "열차는 2일 전부터 예매표가 매진, 암표상까지 설쳐 일대 혼잡을 이뤘다"고 보도하고 있다.

버스나 기차를 놓치면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때를 틈타 택시가 손님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1979년 10월 4일 자 매일신문 7면 '귀성 인파 절정' 기사에는 "택시들이 고속버스터미널, 시외버스정류장으로 몰려 장거리 승객만 골라 태웠는데, 경주, 포항 등지의 경우 평소보다 3, 4배나 많은 3만~4만원의 터무니없는 바가지요금을 받아 승객들과 다투는 모습을 보였다"고 고발하고 있다.

'경부선'과 '경부고속도로'로 대표되던 서울~대구 간 귀성길은 1990년대 들어서며 고속도로와 우회도로가 늘어나며 한결 사정이 나아졌다. 특히 2004년 KTX가 개통되고, 2007년 김천시~경기도 여주시를 잇는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완전개통되면서 서울-대구 간 최장 10시간 안팎으로 걸리던 귀성'귀경길이 최장 6~7시간으로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TV 프로그램-'성룡' 물러간 자리에 '아이돌'이

TV 프로그램이 추석 명절의 한 풍경이 된 것은 1970년대부터다. 1972년 9월 22일 자 매일신문 5면 '너무 변했다-72년 추석세시기' 기사를 보면 "불과 한 세기 전만 해도 강강술래, 씨름, 두레길쌈, 줄타기, 소싸움, 줄다리기를 TV 프로나 라디오 프로, 민속경연대회가 아닌 우리 마을에서 볼 수 있고 참가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전설로밖에 믿기지 않는다"라는 부분이 나온다. 이 시기는 TV 보급이 점점 시작되던 때였기에 전통민속놀이를 마을에서가 아닌 TV로밖에 볼 수 없다는 사실은 받아들이기 매우 낯선 풍경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명절 특집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편성하는 지금의 모습은 아니었다.

TV에 추석 특집이 본격화된 시기는 1990년대였다. 다양한 프로그램도 많았지만 더욱 기다려지는 것은 바로 추석 특선 영화였다. 특히 '프로젝트A' '용형호제' '폴리스스토리'와 같이 성룡이 등장하는 액션영화들은 명절에 빠지면 섭섭할 정도였으며 하도 많이 틀어서 방송국이 항의를 받는 일도 있었을 정도다. 요즘은 '아육대'(아이돌육상선수권대회)로 대변되는 아이돌이 등장하는 추석 특집 프로그램이 시청률을 견인하고 있다. 2010년 시작된 '아육대'는 다양한 아이돌 가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짧은 녹화시간으로 인한 혹사 논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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