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슈퍼 문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는 평균 38만4천㎞ 정도다. 평균이라고 하는 것은 달의 공전 궤도가 타원형이어서 지구와의 거리가 조금씩 차이 나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울 때는 35만7천㎞이고, 가장 멀 때는 40만6천㎞로 5만㎞ 정도 차이가 난다. 그래서 달의 크기나 밝기도 다른데 가장 가까울 때는 슈퍼 문(Super Moon), 가장 작을 때는 미니 문(Mini Moon)이라고 부른다. 이 둘은 크기에서 13%, 밝기는 30%가 차이 난다고 한다.

슈퍼 문은 천문학 용어는 아니고 리처드 노엘이라는 점성술사가 '지구와 가장 가까울 때의 초하루나 보름 때의 달'이라는 뜻으로 1979년에 처음 썼다고 한다. 그는 슈퍼 문이 지구의 자연재해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슈퍼 문 때는 달과 지구의 거리가 가까워지기 때문에 인력이 세져 조수간만의 차가 클 수밖에 없다. 뉴턴의 행성궤도 정리에 따르면 슈퍼 문 때는 기조력(起潮力, Tidal Force)이 평소보다 19%나 늘어난다. 이 때문에 노엘처럼 슈퍼 문이 지진이나 해일과 관련 깊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2004년 12월 26일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에서 28만 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지진해일(쓰나미)과 1만5천 명 이상 사망한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지방 지진해일은 슈퍼 문 때와 1, 2주 차였다. 또한, 2011년 3월 19일 영국의 솔렌트 항에서 다섯 척의 배가 육지로 밀려온 것도 슈퍼 문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슈퍼 문 때의 기조력은 지구 전체로 분산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거의 영향이 없다. 인도네시아와 일본의 화산 폭발에 따른 지진해일도 우연한 일치일 뿐 슈퍼 문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보름달로 나타나는 슈퍼 문의 주기는 천문학적으로 다소 복잡한 계산이 따르는데 대개 13, 14번의 보름 때마다 한 번씩 온다. 가장 최근의 슈퍼 문은 지난해 8월 10일이었으며, 다음 슈퍼 문은 올 추석 다음 날인 28일이다. 특히 올해 보름달은 9, 10년을 주기로 하는 대형 슈퍼 문이라고 한다. 해양경비안전본부는 이번 추석 때 밀물과 썰물 때 수위(水位) 차이가 최고 10m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썰물 때는 멀리 빠져나가 갯벌이 넓어지지만, 밀물 때는 평소보다 더 빠르고, 높게 차오른다는 뜻이다. 그리 작다고만은 할 수 없는 슈퍼 문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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