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값진 선물

얼마 전 추석이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각자의 삶을 살던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넉넉히 나누며 즐겁고 편안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추석의 기원을 삼국시대로 봅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봄과 여름을 지나 겨울이 오기 전이면 빠뜨리지 않고 곡식을 주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을 나타낸 인류의 오래된 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농민들이 봄부터 시작된 수고에 대해 스스로 격려하고 또 즐거움을 느끼려 한 것이 점차 명절이라는 형식을 빌리게 된 게 아닐까 합니다.

서양에는 '추수감사절'이 있습니다. 우리의 추석과 비슷한 명절입니다. 미국에서 유래했는데, 그보다 먼저 성경의 초막절에서 전래됐습니다. 초막절은 처음 수확한 곡식으로 신께 제사를 드린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청교도들이 신앙의 자유를 찾아 신대륙에 도착한 다음 고생하며 농사를 지었고, 농산물을 추수하며 감사하는 예배(제사)를 지낸 것이 시초입니다. 당시 신대륙을 밟은 청교도들은 굶거나 병들거나 추위를 못 견뎌 죽어나갔습니다. 그때 토착 인디언들이 청교도들에게 옥수수 재배법을 알려주고 토종 씨앗을 건네줘 다행히 그해에 풍성한 수확을 할 수 있었습니다. 청교도들은 자신들을 도와준 인디언들을 초청해 성대한 잔치를 벌이고 감사하는 제사(예배)를 드렸습니다. 바로 최초의 추수감사절입니다.

우리의 추석과 서양의 추수감사절은 어찌 보면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만, 자세히 보면 조상에게 감사하는 것과 신에게 감사하는 것은 너무나 닮아 보입니다. 추석에 우리는 돌아가신 조상을 위해 그들을 기리는 행위를 합니다. 집집마다 차례상을 마련해 정성을 가득 담은 음식들을 올리고 조상들을 기립니다. 그런데 서양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을 위한 제단을 만들고 모두 모여서 정성스러운 기도를 한 후 그들만의 양식으로 풍요로움을 나누고 행복을 기원합니다. 그동안 인류는 자신의 존재를 있게 해준 조상과 신에게 고마움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온 것이고, 그것이 양식화돼 오늘날 추석과 추수감사절 같은 명절이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 명절 이야기를 들으면 놀랄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전화 한 통이면 차례상에 올릴 음식들이 배달됩니다. 또 잘못된, 정확히 말하면 편의에만 치중해 쉽게 차리는 차례상 정보가 나돕니다.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 때가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가족과 함께 만드는 음식의 기름 냄새에서 유대감을, 양식에 맞춰 차례상을 차리는 동안 경건한 마음을 갖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값진 것들을 위해 명절을 만들어 놓으신 게 아닐까요.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