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나올 수 있나, 뭔가 잘못되지 않았나?'
추석 연휴 동안 대구경북지역에 큰 화제를 불러 일으킨 뉴스가 있었다. 지난주 매일신문에 보도된 내년 총선 출마예상자 간 지지도 조사가 그것인데, 다소 논쟁적인 결과가 포함돼 아주 흥미로웠다. 대구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수성갑에는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전 의원이 새누리당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에 0.3%p 앞서 있으며, 포항북에는 박승호 전 포항시장이 국회부의장 출신인 이병석 의원을 10%p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보도를 본 몇 분이 필자에게 전화를 주셨다. 그분들은 대체로 '믿기 어렵다' '매일신문이 무슨 의도를 갖고 있느냐' '조사기관이 믿을 만한 곳이냐' 등으로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여론조사 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하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그분들은 자신들이 지지하거나 친한 출마예상자의 지지도가 예상보다 적게 나오니 당연히 그렇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분들에게 전화를 통해서는 대충 얼버무리고 지나갔지만, 여기에서는 생각을 밝히고 넘어가는 것이 예의가 아닐까 싶다. 마침 필자의 거주지가 대구 수성갑 지역이고, 근무지가 포항이니 두 곳의 사정은 어느 정도 알고 있으므로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주민들의 정서와 정치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정확하면서도 신뢰할 만하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포항북의 경우, 이병석 의원은 4선 의원이지만 주민들에게 그리 인기있는 정치인은 아니다. 포항지역에 굵직한 사업을 많이 가져왔음에도 맞은편 지역구인 'MB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의 그늘에 가려 널리 알려지지 않은데다, 대단한 달변가인 탓에 말의 신뢰성에 의문을 갖고 있는 주민들이 꽤 있다는 점에서 그리 놀랄 만한 결과는 아닌 것 같다. 포항시민들이 검찰의 포스코 수사를 통해 부패와 낡은 관행으로 얼룩진 포항의 민낯을 보게 되면서 변화를 바라고 있는 마음을 여론조사에 담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박승호 전 시장이 많이 앞섰다고 해서 훨씬 나은 조건을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총선에 첫 출마하는 '신인'과 정치판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의 대결인 탓에 본선에서는 제대로 된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대구 수성갑 지지도에 대한 판단이다. 김부겸 전 의원과 김문수 전 지사의 지지도 차이가 0.3%p로 나타났으므로 얼핏 보기에 팽팽한 대결을 펼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렇지만 대구경북의 여론조사에는 늘 '10%의 숨어 있는 여당 지지층'이 존재한다.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를 할 때면 언제나 나타나는 지역 특유의 현상이다. 그럴 경우 김부겸 전 의원이 현재 10%p 뒤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수성갑 지역에 사는 친구나 선후배를 만나면 김부겸 전 의원을 지지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어르신들이나 여성들은 김부겸 전 의원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음을 알게 된다.
김부겸 전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부터 내려와 대구시장 선거에도 출마했으니 고향에 정착한 지 4년이나 됐다. 김문수 전 지사가 아무리 명망가라고 하더라도 대구에 내려온 지 석 달 남짓밖에 되지 않았는데, 실질 지지도에서 앞서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 둘 중에 누가 잘났고 못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고향에서 오랫동안 땅 갈고 쟁기질하더라도 어찌해 볼 도리가 없다면 과연 누가 고향을 위해 일할 마음을 가지겠는가. 두 분 다 나름의 특장이 있고 대선후보로 오르내리는 중량급 정치인들이기에 누가 당선되더라도 지역을 위해서는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대구사람들이 특정 정당 간판만 달고 출마하면 과거가 어떠했든, 현재가 어떠하든 무조건 당선시켜주는, 그런 모습을 계속 보여줘서는 곤란하다. '대구사람은 만만하다'는 얘기밖에 더 듣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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