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자참여마당-시] 앞산 방구야

이대유 서울 영등포구 가마산로

방구가 밤새 울었단다

동네 어른들 잠 못 이루었고

고사라도 지내자고 웅성거렸다.

야, 이 무정한 사람들아!

내 태곳적에

가부좌 틀고 앉아

금천강 어우르며

안녕을 바랐건만

어이타 긴 세월 뒤로한 채

곳곳 쇠꼬챙이 꽂아

오함마 내리쳐 구멍 뚫고

남포 띠어 굉음과 함께

무참하게 깨 버렸단 말이냐.

방구야, 그리 원통해 말아라!

우리네 맘도

갈기갈기 찢어지고

애간장이 다 녹아내렸단다

사철 시도 때도 없이 올라와

뛰고 뒹굴며 지낸 세월

그 얼마였더냐

그런 널 깰 수밖에 없는 사정

어찌 말로 다 하리오마는

언젠가 속내를 알 땐

우린 다시 손잡을 날 있으리다.

산산이 부서져

천 방 둑 차곡차곡 쌓아

강물 막아 지켜주니 부처로다

널 닮았다 해 붙여진 이름

불암리(佛岩里)

영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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