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동일의 새論 새評]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께

1957년생. 중졸검정고시. 서울공고
1957년생. 중졸검정고시. 서울공고'경희대 법대'미국 사우스웨스턴 로스쿨 졸업. 미 연방 변호사. 현 KBS1 라디오 공감토론 진행자

나락으로 떨어지는 근로자 비명 들리나

환노위 거쳐야 가능한 노동개혁 입법

적극적인 토론·타협 통해 결실 맺길…

노동개혁으로 진정한 모범 상임위 기대

한가위 명절은 잘 보내셨는지요. 언론 보도를 보니 지역구를 다녀온 여야 의원들이 전하는 추석 민심은 약간 다르다고 합니다. 여당은 "일자리 없다", 야당은 "살기 힘들다"라는 겁니다. 여당은 그래서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거고, 오히려 그로 인해 서민들의 불안이 더 커졌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야당이겠지요. 문제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노동개혁 5법을 이미 발의한 것입니다. 이른바 9'13 노사정 대타협을 근거로 한 속전속결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연장, 파견허용 업종 확대 등의 이슈만 보아도 입법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당장 한국노총이 '합의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민주노총은 파업 얘기를 합니다. 경영계 역시 독자적으로 입법청원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야당은 여당이 밀어붙이려 한다거나, 사회적 대타협 기구 설치가 우선이라며 반대합니다.

저는 여기서 환경노동위원회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노동개혁 입법은 해당 상임위원회인 환노위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환노위는 야당 소속인 김영주 의원이 위원장입니다. 소속 위원들은 여야 동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정부 여당이 밀어붙이려 해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게다가 국회선진화법이라는 강력한 제동장치가 있습니다.

사회적 대타협 기구 설치가 우선이라는 건 어떨까요. 중대한 사안일수록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그런데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그런 합의가 가능은 할까요. 국가 비상시국이던 외환위기 직후를 빼면 사실상 없습니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이해당사자들이 동의하는 타협의 결과를 잘 보여주는 실례이지요. 타협이라는 명분을 살리고 개혁이라는 그럴듯한 모양새를 갖추긴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몇 년 후면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가 버리는 맹탕 개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시겠죠.

더 큰 문제는 이른바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대의제도를 무력화시키고 국회의원들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사태라는 인식이 없는 것입니다. 정치권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당사자들끼리 합의하라고 미뤄버립니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정치권 개혁도 스스로 못 하고 정치인이 아닌 사람들로 위원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공직 후보 공천조차 정치권 자체에서 하지 못하고 외부세력에 칼자루를 맡깁니다. 정치인이 나라에 봉사하는 가장 큰 임무인 입법권마저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다면 무엇 때문에 정치와 정치인이 존재하나요.

야당은 야당 자체 노동개혁안을 내야 합니다. 여당의 의견과 야당의 반론이 부딪쳐야 무엇이 최선인지 알 수 있습니다. 경총에서 입법청원을 빨리 하도록, 그리고 민노총도 입법안을 내도록 독려하십시오. 당사자들의 의견은 공청회, 간담회, 토론회 등을 열어서 수렴할 수 있습니다. 누구라도 더 좋은 대안이 있다면 제출하게 하고 상임위에서의 대토론을 통해 결실을 거두는 정상적인 국회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환노위는 모범 상임위로 통합니다. 다른 상임위에서 검토하는 증인신청실명제도 벌써 시행하고 있다지요. 이번 국감에서 의원들의 긴 질의에 대해 짧은 답변으로 끝내야 하는 장관들이 반발하자 협의를 통해 시간 제한 없는 답변 등으로 알찬 국감을 진행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의 고통과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근로자 계층의 비명을 듣고 있으시겠죠. 노동개혁이 필요 없다는 말은 아무도 할 수 없을 줄 압니다. 상임위에서의 대타협을 통해 노동개혁을 이루어냈다는 걸 가장 큰 업적으로 자랑하십시오. 외부의 타협을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타협을 만들어 내십시오. 내년 총선에서 가장 큰 실적으로 내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입법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시장에서 손을 한 번 더 잡는 게 낫다는 이상한 미신에서 벗어나십시오. 노동개혁을 이루어 냄으로써 진정한 모범 상임위원회가 되는 환노위를 기대합니다. "더도 덜도 말고 환노위처럼만 해라"라는 말이 대한민국 정치권 주변에 퍼질 수 있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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