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번호 국민공천제로 새누리당 내 친박계와 비박계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은 개별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며 '침묵 모드'로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유승민 파동'으로 청와대의 눈 밖에 난 상태에서 또다시 찍히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30일 친박계와 비박계 간 의견이 충돌한 의원총회에서 대구경북 의원들은 발언을 자제했다.
대부분의 TK 의원들은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 등 입장을 유보했다.
TK 의원들은 의총에 앞서 청와대가 반대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자, 이 같은 입장을 정리하고 의총장에 들어갔다. A의원은 "도대체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는가"라며 오히려 기자에게 조언을 구했고, 또 다른 의원은 참석 자체를 고민하기도 했다.
일부 의원실은 발언문을 작성하는 등 의총 준비를 했으나 발언할지 말지를 주위에 물어본 뒤 발언문을 움켜쥐고만 있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주변에서 '청와대와 친박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야 하는 것 아니냐, 어쩌면 이번 기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노기를 잠재울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 나돌았지만, 사태를 주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지역 한 의원실 관계자는 "TK 물갈이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도입에 찬성하는 발언을 하면 김무성 대표를 지지하는 것처럼 비쳐 청와대의 심기를 또다시 건드릴 수 있다"고 대구경북 의원실 분위기를 전했다.
청와대가 여당 대표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면서 힘의 균형이 청와대로 기울어져 있는 것이 분명히 보이는데 그에 반하는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친박계를 대표하는 조원진, 김재원 의원은 공개 발언을 통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도입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대구 달서병)는 안심번호를 설계한 권은희 의원이 이 제도를 설명하자 "내 번호는 우리 사무실(유선전화)로 등록돼 있는데 그럼 내 휴대전화로 여론조사 전화가 안 올 것 아니냐"고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김재원 의원(군위'의성'청송)도 휴대전화로 지지자를 묻는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대의 민주주의의 여론조사 기법이 맞냐며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대구경북 의원 중에서는 강석호 의원(영양'영덕'봉화'울진)만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에 대해 찬성 발언을 한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론인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당 대표가 야당 대표와 협상한 것을 두고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의총에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도입 문제를 논의했지만, 친박계의 반발 속에 결론을 내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이에 따라 당내에 공천제도 확정을 위한 특별논의기구를 신설,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김무성 대표는 의원총회 말미에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실현을 위한 당의 공식특별기구를 출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동의를 구했고, 이에 대해 참석 의원들은 박수로 동의했다고 김영우 수석 대변인이 전했다.
특별기구는 앞으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도입 여부와 전략공천 문제, 컷오프 비율 등 계파별'지역별 이해가 갈리는 공천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논의해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공천 관련 논의는 사실상 원점에서 시작하게 됐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김 대표가 원하는 것뿐 아니라 모든 것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하는 게 민주 정당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명운을 걸고 추진해온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는 이날 의총을 계기로 도입 여부를 더 논의하지 않는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면서 사실상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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