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 칼럼] 청춘들이 아프다는데…

청춘들이 아픈 세상이다. 10대는 입시 전쟁으로 20대는 취업 전쟁으로 30대는 결혼 전쟁으로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잡을 수 없으니 결혼도, 출산도 엄두를 못 낸다. 5포(연예, 결혼, 출산, 주택 구입, 인간관계)에 이어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7포 청년들이 부지기수다.

대학을 6, 7년 만에 졸업하며 갈고닦은 각종 스펙에도 일자리는 88만원 비정규직이다. 경쟁률 100대 1이 다반사인 취업 관문 앞에서 99%는 루저가 될 수밖에 없다. 학교와 학원을 지겹도록 다녔지만 '더 노력하지 않아서'라는 핀잔이 돌아온다. 청년들은 '노오력'해도 안 되는 세상이라며 체념하고 절망한다. 이제는 '헬(hell) 조선'이란 신조어가 유행이다. 사회가 불공평하고 불평등한 지옥 같은 세상이라며 자조하는 말이다.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라 청춘을 아프게 하는 세상이다. 기업은 더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떠난다. 남은 기업도 자동화로 일자리를 더 줄이고 있다. 고속도로 하이패스는 조만간 수천 명의 일자리를 앗아갈 전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개천에서는 더 이상 용이 나올 수 없는 현실이 흙 수저 청춘들을 더 아프게 한다.

청년실업 50만 시대다. 임금피크제와 청년고용, 청년희망펀드, 창조경제단지 등 대책이 잇따르지만 효과는 의문이다. 장기 불황에 기업이 일자리를 늘리기는 쉽지 않다. 창업도 쉬운 게 아니다. 지난 10년간 창업자는 6명당 겨우 1명만 살아남았다. 앞으로 5년간 잠재성장률이 2.5%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은 청년들을 더 우울하게 한다.

해법이 없을까. 2년 전 10월, 박근혜 대통령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제안한 바 있다.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동북아 지역을 유럽과 철도로 연결해 경제협력을 확대하자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중국횡단철도(TCR) 및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결하자는 것이 요지다. 그 일환으로 8월 초에는 경원선(서울~원산) 남측 구간 9.3㎞를 복원하는 기공식이 있었다.

한반도종단철도 복원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실현하는 첫 단추이자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고 다가올 통일의 기초를 닦는 일이다. 저성장시대 대륙으로 경제 영토를 넓혀 신성장을 도모하는 제3의 길과도 같은 것이다. 남한의 기술과 자본, 북한의 노동력과 천연자원의 결합은 산업화 이후 신성장을 견인할 훌륭한 창조경제 모델이 될 수 있다. 청년들에게는 제2의 이병철'정주영을 꿈꾸며 도전해 볼 무대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중국, 러시아는 호의적이지만 문제는 북한이다. 북한은 경원선 남측 구간 복원 기공식에 우리의 초청을 거부했다. 5'24 대북 제재 조치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은 5'24조치 선(先) 해제를, 남한은 선(先) 사과를 요구하며 지난 5년간 남북 교류는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도 지난 7월 열린 유라시아 친선특급을 언급하며 단절된 남북 철길 복원 의지를 피력했다. 북한의 협력만 이끌어 낸다면 경의선, 경원선, 동해선 모두 머잖아 복원할 수 있다.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주고(give) 받는(take) 협상이 필요하다. 한반도종단철도 복원은 북한도 이미 남는 장사로 결론 낸 바 있다. 5'24조치의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이제는 결단이 필요한 때다. 남북한이 통 크게 빅딜하면 서로 윈윈하는 게임이 될 수 있다. 보수세력이 추진하면 소모적인 퍼주기 논란도 잠재울 수 있다.

경부선이 분단시대 산업화의 기적을 이뤘다면, 한반도종단철도는 통일시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기적을 이룰 수 있다. 땅따먹기 식 선거구 획정과 공천 방식에 갑론을박하는 국회를 보는 7포 세대 청년들은 오늘도 '헬(hell) 조선'을 외친다. 청년의 미래는 선거구가 아니라 휴전선 너머 대륙의 땅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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