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공천룰을 둘러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청와대 측의 싸움이 점점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제공자는 김 대표다. 그는 추석 연휴 기간 중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도입하기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합의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유엔 방문 중이었다. 박 대통령이 김 대표의 결정을 '공천룰 쿠데타'로 의심할 만했다. 게다가 김 대표는 국민공천제에 대해 어떠한 당내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민주적 정당이라면 있을 수 없는 독단이다.
이에 대해 친박 측이 반발하고, 청와대가 5가지 이유를 들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비판하자 김 대표는 "청와대와 상의할 일이 아니다"고 한데 이어 1일 오전에는 공식 일정과 당무를 거부하는 것으로 맞섰다. 대표의 결정은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독선의 표출이다. 특히 당무 거부는 집권당 대표라면 해서는 안 될 너무나 무책임한 행동이다.
청와대의 대응 역시 적절하지 않다. 공천룰을 어떻게 정할 것이냐는 기본적으로 당내 문제다. 청와대가 이래라저래라 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비판은 박 대통령의 뜻이란 점을 감안하면,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없지는 않다.
지지도에서 야당을 압도하는 새누리당의 현재는 선거 때마다 승리를 이끌어낸 박 대통령의 힘에 큰 '신세'를 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에게 공천에서 사실상 손을 떼라는 김 대표의 국민공천제는 박 대통령으로서는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런 뜻은 청와대 관계자의 입을 통해 직접적'명시적으로 표출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공천권을 장악하려 한다는 인상만 줄 뿐이다.
공천룰을 둘러싼 여권의 내분은 결국 당내 권력 장악을 겨냥한 싸움이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상향식 공천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공천에서 친박을 배제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친박이 국민공천제를 고분고분 수용할 리 만무하다. 문제는 이런 싸움은 여권의 분열을 가속화해 국정운영 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총선까지는 6개월도 더 남았다. 공천룰 싸움은 시기상조라는 얘기다. 게다가 노동개혁 등 당'정'청이 긴밀히 공조해도 목표 시점까지 바라는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국정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생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진흙탕 싸움을 벌여야 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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