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通] 대구 출신 포크 뮤지션 김마스타

여행·음악·만남…내 음악은 그 속에서 꺼낸 거친 서정성

김마스타 씨가 지난 18일 대구 중구 대봉동 떼아뜨르분도 공연장에서 노래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김마스타 씨가 지난 18일 대구 중구 대봉동 떼아뜨르분도 공연장에서 노래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김마스타 프로필 사진.
김마스타 프로필 사진.

지난달 18일 대구 중구 대봉동 '떼아뜨르 분도'는 '서울과 대구는 297㎞'라는 제목의 공연이 열렸다. 이 공연을 위해 김마스타(38) 씨는 빡빡 민 머리, 동그란 안경, 카키색 러닝셔츠와 '냉장고 바지'라 불리는 통 넓은 바지, 거기에 기타 케이스를 메고 대구 중구 대봉동 '떼아뜨르 분도'에 나타났다. 공연에서 김마스타 씨가 "이 옷차림을 하고 동대구역에 내리니 길가에 군밤 파는 할머니가 나를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보더군요. 사실, 서울 이태원에 돌아다녀도 한국말로 말 거는 사람이 없어요"라고 하자 관객석은 웃음바다가 됐다.

오후 8시 30분에 시작한 공연은 오후 10시가 조금 넘어 끝이 났다. 공연이 끝난 뒤, 방천시장의 한 족발 집에서 소주를 기울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를 하자고 '각을 잡고' 이야기하려다가 한 잔 두 잔 기울이는 술잔에 결국 수첩을 접고 새벽 2시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술이 깬 후 기억나지 않는 것은 이메일을 통해 정리했다.

◆'거친 서정성'의 근원

김마스타 씨는 자신을 "2004년 데뷔 후 총 7장의 정규앨범을 내고 5장의 앨범에 프로듀서로 참여했으며, 그 외 여러 가지 음반과 라이브 활동을 하고 있는 가수 겸 기타리스트"라고 소개했다. 서울과 대구, 그리고 제주도를 오가며 꾸준히 자신만의 음악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인터뷰를 하기 전 김마스타 씨의 음악을 찾아 들어봤다. 기자가 느낀 김 씨의 노래들은 포크 음악이라 하면 트윈폴리오의 '웨딩케이크' 같은 음악만 떠올렸던 기자의 선입견을 깨부수는 노래들이었다. 마치 '아주 젊은 청년이 자전거를 타고 강바람을 맞으며 강가를 달리는 모습이 그려지는 노래들'이었다. 김 씨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한마디로 '거친 서정성'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앨범에는 여행이나, 음악 활동, 그리고 여러 사람들과 만나며 노출된 일상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대로 음악에 실려요. 아직까지는 여행, 음악, 사람들과의 만남이라는 이 세 가지 테마를 통해 할 이야기가 더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 앨범을 들으시면 '김마스타'라는 가수가 어떤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가는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대구에서 서울 홍대로

김마스타 씨가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소피 마르소가 출연한 영화 '라붐'의 영화음악을 만든 작곡가 '블라디미르 코스마'의 음악을 들었을 때였다. 그러다 중학생이 됐을 때 들었던 동아기획의 한 라이브 앨범이 그를 음악의 세계로 빠져들게 했다. 이후 1990년을 기점으로 한 당시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의 음악을 들으며 청소년기를 보낸 김 씨는 1990년대 중반부터 대구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대구에서 한 데뷔무대는 1994년의 한 라이브 카페에서 열린 단독공연이었다.

"1994년쯤에는 '대락공'(대구락밴드공동체)이란 프로젝트로 대구지역 언더그라운드 음악인들이 많은 활동을 하던 때였어요. 그때 첫 단독공연을 대명동에서 했었는데, 당시에는 라이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레스호프나 라이브 카페, 소극장들이 대명동에 많이 있었어요. 그때 공연 제목이 '소나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제목처럼 공연이 끝나고 비가 내렸던 행복한 기억이 있네요. '음악은 운명'이라 느낄 만큼 좋은 추억이었죠."

대학생 시절의 김 씨는 학교 근처 카페에서 디제이로도 일했었다. 당시 받은 월급이 60만~70만원이었는데, 학생 신분치고는 넉넉한 월급이었지만 후배들에게 베푸느라 오히려 월급에서 10만~15만원을 더 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대구에서 음악으로 활동할 수 있는 폭은 해가 가면 갈수록 좁아졌고 김 씨에게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김 씨의 선택은 '서울행'이었다. 그의 나이 25세 때였다.

"당시 음악 하던 사람들의 선택지는 관두던가, 학교로 가던가, '나이트' 같은 업소로 가는 길뿐이었어요. 그러다 서울에 길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는 바로 떠났죠. 그때 제게 도움을 많이 준 선배가 바로 이한철 형과 고 신해철 형이었어요. 한철 형은 제 데뷔음반을 낼 수 있게 도움을 주셨고, 해철 형은 제가 방송을 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주셨어요."

서울에서 김마스타 씨는 음악뿐만 아니라 라디오와 케이블 TV 프로그램 출연과 일간지 칼럼니스트로 활동했고, 또 앨범 재킷 디자인에도 손을 뻗었다. 김 씨는 이런 활동을 "음악 활동의 연장 선상에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꿈은 시간차이로 올 뿐

음악 하는 사람으로 사는 김마스타 씨에게 요즘의 음악 환경은 녹록지 않은 게 사실이다. 김 씨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부분 중 하나가 사람들이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음원 사이트에서 클릭 몇 번으로 음악을 손쉽게 접하는 시대에 김 씨는 공연장이나 사석에서 "음반으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들어보라"고 사람들에게 권한다.

"음악을 듣는 태도를 잃어버린다는 건 결국 음악을 자연스럽게 같이 잃어버리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음원을 스트리밍 해 듣는 건 하나의 방법일 뿐이죠. 다만 이런 획일화된 플랫폼에 모두 동조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음악을 제대로 들어보지 못해서일 수도 있습니다. 좋은 공간에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들어본다면 음악이 안 좋아질 수 없을 겁니다."

"마흔 즈음까지 내 이름을 단 앨범을 두 석 장 더 낸 뒤 제주도에서 영화음악을 만드는 일에 매진하고 싶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힌 김 씨는 서울, 대구, 제주도를 오고 가며 음악을 통한 많은 사람과 교류하며 음악을 만들고 있다. 요즘 새 앨범 준비와 제주도에서의 공연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 씨는 마지막 인사로 "'서울에서 대구는 297㎞' 공연장에서 뵙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이화섭 기자 lhsskf@msnet.co.kr

◇'서울에서 대구는 297km' 공연은?

서울 홍대 인디 음악인들 한 달에 한 번 대구로 초청 '떼아뜨르분도'에서 공연

김마스타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대구에서 활동하는 포크 가수 이호우 씨와 함께 '서울에서 대구는 297㎞'라는 이름의 공연을 대구 중구 대봉동 '떼아뜨르분도'에서 열고 있다. 지금까지 일곱 번 진행됐는데 지난 6월 메르스로 인해 잠시 공연을 중단한 뒤 지난달 18일 다시 시작했다. 김 씨가 홍대에서 활동하는 인디 음악인 한 명과 함께 매달 대구로 내려오는 프로젝트를 기획한 건 정말 우연이었다.

"호우 형이 서울에서 활동하다가 대구에서 하던 사업 때문에 결국 내려와야 했어요. 그래서 '차라리 서울에서 만나 같이 음악 하는 동료들을 대구로 가끔씩 불러서 공연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고 여기에 '떼아뜨르분도'의 김호진 대표도 '해 보자'며 부추겼죠. 그렇게 해서 매달 한 번씩 서울의 음악 동료들을 불러 공연하고 있습니다."

김마스타, 이호우, 김호진 세 사람이 의기투합해 시작한 '서울에서 대구는 297㎞'는 서울 홍대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뮤지션들을 초청했다. 최근 한국적 블루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씨 없는 수박 김대중'을 비롯해 유명 블루스 기타리스트인 '사자 최우준', 재즈 피아니스트 성기문, 그리고 지난달 18일에는 한국과 영국, 프랑스를 오가며 바쁘게 활동 중인 가수 최고은 씨 등이 이 공연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음악인들의 섭외와 공연 전반에 드는 비용은 전적으로 김마스타 씨와 이호우 씨가 담당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힘에 부치는 경우도 상당하다.

"후원이 전혀 없이 이뤄지고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그래서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 보면 서울과 대구의 뮤지션들이 교류하는 이 소중한 '판'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대구시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후원만 따라준다면 '서울에서 대구는 297㎞'는 대구와 서울의 아티스트들이 교류하는 최고의 프로그램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대구는 297㎞'의 다음 공연은 이달 23일 오후 8시 떼아뜨르분도 소극장에서 열린다. 이번 게스트는 따뜻한 노랫말과 차분한 클래식 기타 선율로 평온한 음악을 보여주는 여성 포크 가수 정밀아 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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