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교칼럼] 하프타임. 그리고 후반전에 들려오는 교향곡

2002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이며 사랑의 집짓기 운동의 총재이자 제39대 미국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가 2015년 8월 20일 애틀랜타에 있는 카터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고 하는 여느 기자회견 분위기와는 달리 이날 카터의 기자회견 내용은 충격적인 것이었다. 91세인 그는 앞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밝히며,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이 뇌까지 전이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항암 치료를 시작한 이번 주를 포함해 앞으로도 살아 있는 한 자신이 하는 봉사활동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멋진 삶을 살았고, 수천 명의 좋은 친구들을 만났으며 즐겁고 기쁜 생활을 누렸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의 기자회견 후 워싱턴포스트지는 "품위 있는 전직 대통령의 귀감"이라고 평했다.

지미 카터는 인생 전반부가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고, 현직에 있을 때도 인기 있는 대통령은 결코 아니었다. 특히 한국에서도 그의 인기는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인류를 위한 섬김의 활동'과 '국제 분쟁과 분쟁 지역의 해결사'로 엄청난 아름다운 행보를 보여왔다. 그래서 많은 언론은 그를 '인생 후반전이 더욱 아름다운 대통령', '백악관을 디딤돌로 사용하고 후반전을 아름답게 열어간 유일한 대통령'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인생 전반전 이후 잠시 하프타임을 가지고 후반전에 아름다운 한 편의 교향곡과 같은 작품을 써내려 갔다. 우리가 어떻게 후반전을 뛰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밥 버포드의 '하프타임'이란 책이 있다. 이 책은 자신의 인생이 후반전을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던 책이다. 그는 인생을 전반전, 하프타임, 후반전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특별히 하프타임은 참 중요한 시간인데 한마디로 전반전과 후반전 사이에서 '의미 찾기'를 하는 시간이다. 쉴 새 없이 달려온 전반전을 돌아보며 숨을 고르는 시간이다. 후반전을 설계하며 작전을 새롭게 수립하여 도약하는 전환점이다. 경기의 후반전은 하프타임의 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수많은 이 땅의 사람들은 생각 없이 하프타임 없는 급작스러운 후반전을 맞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밥 버포드는 이 책에서 "인생의 전반전이 성공을 추구하는 시기였다면 후반전의 시즌은 의미를 찾아 떠나는 시기이다. 그리고 인생의 진정한 승부는 전반전이 아니라 후반전에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하여 가던 인생길을 잠시 멈추어 중간 점검할 수 있는 하프타임을 갖도록 권면한다.

이 시간 우리는 삶의 초점을 성공에서 의미로, 삶의 체념에서 다시 새로운 도전과 열정을 가지는 시간으로의 하프타임이 필요하다. 정신없이 달려온 필자에게도 하프타임이란 말이 뼛속 깊이 와 닿는다. 어느덧 늘 남을 평가하고 바라보던 시간에서 평가를 받고 남들이 바라보는 시간이 찾아온 것 같다. 후반전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질문은 누구에게나 참 중요한 질문이다. 특히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 사회와 한국의 현실 속에서는 더 그러하다.

'인생은 미완성'이라는 노래가 있다. 하프타임을 보내는 우리에게 좋은 가사이다. '그래도 우리는 곱게 써내려 가야 하고, 최선을 다해 그려야 하고, 아름답게 불러야 한다'는 내용의 뒷부분 가사가 참 좋다.

모든 인생은 다 후반전이 남아 있다. 어떤 이는 길게 남아 있을 수 있고 어떤 이는 짧게 남아 있다. 어떤 의미에서 깨닫는 그 순간부터가 후반전이라고 할 수 있다. 화려한 재임 시절보다 그 이후 남은 인생에 훨씬 더 아름다운 곡을 연주하고 활짝 웃는 카터처럼, 내용은 다르지만 인생 후반전에 내 인생의 아름다운 교향곡을 잔잔히 울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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