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잡문
안도현 지음/이야기가 있는 집 펴냄
시인은 시대의 양심이다. 그 양심을 드러내지 않겠다고 선언한다는 것은 시인에게는 고통이다. 지난 대선 당시 발 벗고 나서 지지하던 후보가 낙선했다. 검찰에 불려가 조사받고 기소돼 재판까지 받았다. 그리고 30년이 넘도록 써오던 시를 쓰지 않겠다고 절필 선언을 했다. 그런 후 시의 중심에서 벗어나 바람 소리, 새소리, 사람의 소리를 들으며 살았다.
'세상의 중심에서 이탈한 모든 별똥별들에게 바친다'라며 시를 쓰지 않는 시간 동안 안도현 시인은 새로운 문장으로 시인의 마음을 드러냈다. 그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스스로 '잡문'이라 칭한 책이다.
이 책은 3년 동안 트위터에 올린 1만여 개의 글 중에서 골라낸 시인의 마음이다. 시를 쓰지 않고 지내는 떫은 시간에 시를 쓰는 마음으로, 잡스러운 문장으로 어떻게든 세상에 말을 걸어보려고 하는 시인의 마음이 녹아 있다. 하나하나의 글들이 감동이 되고, 244개의 글들이 모여 거대한 시를 이룬다.
이 책의 문장들은 시대를 이야기하고, 아픈 기억도 감추지 않고 들춰내어 세상으로 담담하게 드러내고 있다. 안 시인이 '잡문'이라는 새로운 문장으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방식이다.
이 책의 힘은 바로 '공감'에 있다. 공감하는 세상,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세상, 그리고 마음을 열고 서로 소통하자고 은근히 말하는 저자의 목소리에 깊은 감동이 전해진다.
이 책은 읽는 이의 마음으로 읽어내도 좋다. 시로 읽어도 좋고, 순간 뱉어낸 말들이라고 생각해도 좋고, 산문이라고 생각하며 읽어도 좋다. 문장 하나하나를 읽어가다 보면 지루한 일상을 깨뜨리는 문장에서 위안을 얻고, 진정한 잡문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56쪽, 1만3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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