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재총화/성현 지음/김남이'전지원 외 옮김
'조선'은 우리 역사상 최초로 나라를 외세에 완전히 빼앗긴 왕조이다. 그래서일까 조선시대라고 하면, 왠지 고리타분하고 역동성이 떨어지며 성리학적 가치를 떠받드는 유교 사회를 연상하게 된다. 성리학 이념을 시험하는 과거제도를 통한 국가 관리 선발, 장남을 중심으로 가족 내의 위계질서를 세우는 가부장제 등이 대표적 모습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조선의 모습은 17세기 이후로 한정되는 셈이다.
그러나 조선 전기는 이와 달랐다. 아들과 딸이 돌아가며 제사를 지내는 윤회봉사, 여자가 친정에 머물며 사는 남귀여가 등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조선이 존재했다. 실제로 조선 전기는 다양성과 역동성을 가진 문명의 전환기였다. 여러 사상과 사유체계, 종교 등이 공존하고 있었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활기가 넘치는 사회였다.
이 책 는 우리가 몰랐던 조선의 진면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가 고급 상층 문화를 마음껏 누린 사대부 고관대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붓놀림에 거침이 없다. 어쩌면 서민 대중의 삶은 훨씬 다이나믹하고 드라마틱 했을 것이다.
남녀관계도 그렇다. -'남편을 속인 호색 아내' 중에서(302쪽)
'청상과부'를 당연시 하지도 않았다. 윤자당과 이숙번의 이야기가 이를 보여준다. (195쪽)
고관대작 사대부라고 위세와 허풍을 부린 것도 아니었다. -'진짜 점잖은 사람은 없는 것'(127쪽)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성리학과 가부장제가 아닌, 새로운 문명의 활기와 자유분방함이 넘치며 방탕하고 호방한 사람들이 살아 숨 쉬는 새로운 조선을 만날 수 있다. 744쪽, 3만2천원.
▶성현(1439~1504)=조선 전기의 학자이자 문학가. 세종 때부터 연산군 대까지 살았던 인물이다. 1462년 문과에 급제했으며, 예문관과 춘추관, 홍문관의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 예조판서로 있으면서 장악원 제조를 겸했고, 조선시대의 의궤와 악보를 정리한 을 편찬하기도 했다. 조선 전기의 인물'풍속'지리'역사'문물'제도'음악'문학'설화 등을 기록한 를 저술했다, '용재'는 본인의 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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