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官의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아파트 분양가만 높인다

도로개설·공공시설 건립… 사업승인 조건으로 떠넘겨, 개발 무산 사업체 파산도

부동산 개발 사업때 행정당국의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가 건전한 건설 환경을 해치고 나아가 서민 호주머니까지 털고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도시계획 도로나 공공시설 건설 비용까지 사업승인을 조건으로 사업주체 측에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사 A씨는 "어떤 기부채납을 하느냐에 따라 용적률을 높여받는 등 사업 인센티브가 있지만 인허가를 앞두고 협상용으로 이뤄지는 것은 사업 자체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제조업을 유치할 때 인허가를 간소화하는 등 온갖 혜택을 주는데 비하면 건설 사업은 가시밭길"이라고 했다.

특히 건설의 꽃으로 불리는 아파트 사업의 경우, 무리한 기부채납이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오히려 서민과 실수요자 부담만 키우면서 지역 경제를 황폐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지자체는 주택법에서 규정하는 한도를 넘어 교통영향평가나 건축심의 등 인허가 과정에서 도로개설이나 공공시설 건립 등을 사업체에 공공연하게 요구하고 있다.

건설사 한 임원은 "지자체는 지나친 기부채납을 요구할 뿐 아니라 해당 사업과 관련도 없는 기부채납을 강요하기도 한다"며 "일부 단체장들의 선거용 및 전시행정을 위해 사업과 무관한 도로개설, 장학재단기부, 지자체 현안 사업까지 건설사에 떠넘기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과도한 기부채납은 갖가지 부작용도 낳는다. 사업자와 지자체간의 갈등과 마찰 탓에 결국 소송전까지 벌어져 인허가가 늦어지고 그에 따른 사업 일정의 지연, 사업체의 금융 비용 증가, 수익성 저하 등이 발생하며 급기야 분양가 상승 등의 후폭풍이 뒤따른다. 최악의 경우에는 개발사업 자체가 무산되거나 사업체가 파산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안전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지자체의 기부채납 요구와 관련한 민원이 끊이지 않자 과도한 기부채납 관행을 끊기 위해 '주택사업 관련 기반시설 기부채납 운영기준'을 마련, 올 초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선 아무 소용이 없다.

대구경북건설협회 측은 "기부채납 관행은 지금까지 수익자 부담원칙이라는 명분 때문에 암묵적으로 이뤄져왔다. 지자체의 과도한 부과를 막으려면 해당 법률 규정에 대상시설의 부담비용, 방법, 시기 등 기부채납의 기준과 범위 등을 좀 더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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