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대규모 기부채납은 수성구 두산동 대우트럼프월드 주상복합아파트(967가구'2007년 입주)에서 시작됐다. 이 단지는 2003년 사업 승인 당시 대구시에 240억원(추정 예산)이 소요되는 두산오거리 고가차도 기부채납을 약속하고 교통영향평가를 통과했다.
두산오거리 고가차도는 대구시가 일찌감치 도시계획 중 하나로 점찍어뒀던 사업. 하지만 주민들은 물론 수성구청과 시'구의회까지 이 계획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장기 유보됐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표류한 사업은 신천교~두산오거리 연결도로인 상동네거리 2공구로 옮겨가기로 했다. 이 도로 역시 1997년 이후 대구시가 야심 차게 준비하던 도시정비계획 중 하나였다.
이번에는 아파트 사업이 조건부 기부채납을 통해 승인된 경우, 상동네거리 같은 대체공사로 바꿀 수 있느냐는 점이 논란이 됐다. 당시 건설에 참여했던 한 건설사 관계자는 "대구시 조례를 아무리 뒤져봐도 기존 기부채납을 대체공사로 전환할 근거는 없었다"고 회고했다. 대구시가 200억원이나 되는 돈을 손에 쥐기 위해 아파트 건설사업을 미끼로 기부채납을 강요했다는 말이다.
대구시의 무리한 기부채납 요구는 유독 역외기업에 혹독했다. 2005, 2006년 사업이 승인된 아파트 공사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 대구시는 '두산 위브 더 제니스'(1천494가구'2009년 입주)를 비롯해 수성구 상동 '동일하이빌'(1천411가구'2009년 입주)과 수성구 황금동 'SK리더스뷰'(788가구'2010년 입주)에서 적어도 1천300억원대(가정치 금액)의 천문학적인 기부채납을 받았다.
결국 사업자들은 부도가 나거나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떠안고 대구를 떠났다. SK건설은 2005년 수성SK리더스뷰 주상복합아파트 허가 조건으로 무학터널을 기부채납했다. 무학터널은 애초 황금네거리 지하차도를 건설하려다 주민 반대에 부딪히자 대타(?)로 잉태된 결과물이다.
달서구 대천동 '달서가족문화센터' 부지도 건설사와 수년간 송사로 방치됐다. 도서관과 여성인력개발센터 등이 포함된 5층 높이의 건물이 들어서야 할 부지였지만 이를 기부채납하기로 했던 애경그룹이 대구시, 달서구청에 기부채납부관(부속조항) 무효 확인소송을 벌였다. 지난해 소송 끝에 토지는 애경그룹이 기부채납하고, 건물은 구청이 예산을 마련해 짓는 것으로 결정됐다.
◆대구 대표 기부채납 사례
▷2003년 수성구 두산동 대우트럼프월드 240억원(추정 예산) 기부채납
▷2005년 수성구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 범어동 지하보도와 공원, 수성도서관 2개동 등 750억~780억원 기부채납
▷2006년 수성구 황금동 SK리더스뷰 230억원 무학터널 기부채납
▷2008년 달서구 유천동 AK그랑폴리스 달서가족문화센터 기부채납
※기부채납(寄附採納)=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무상으로 재산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기부(寄附)는 민법상 증여를 말하고, 채납(採納)은 '가려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주택사업이나 대규모 건축물 건립사업, 도시개발사업 등에 있어서 사업체가 사업 승인권자인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인'허가를 받는 조건으로, 그 소유의 부동산 자체 또는 도로 등 도시기반시설이나 공원 등의 공공시설 등을 설치해 국가나 지자체에 무상으로 양도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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