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후 2시 경상북도 도청 제1회의실.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회의실을 가득 메운 40여 명의 사람이 모두 가면을 쓰고 등장했기 때문. 이들은 경북도청 7급 이하 직원들로, 이날 계급장을 떼고 허심탄회한 토론회를 벌이기 위해 모였다.
이날 회의는 '행복한 일터를 위한 경북도의 깨알시책은'이라는 주제와, '경북도 조직문화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부제로 젊은 직원들이 '일일 간부'가 돼 소신껏 발언하는 자리로 꾸며졌다.
특이한 점은 토론 참석자 모두 가면을 쓰고 닉네임으로만 참여해 자신을 숨겼고, 도청 간부부터 하위 직원까지 모두 이들의 회의를 지켜볼 수 있도록 TV를 통해 생중계도 했다. 젊은 직원들의 톡톡 튀는 생각을 마음껏 풀어놓을 수 있도록 하자는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제안에 따라 '계급장 없는 토론회'가 탄생했고 전 회의 과정을 김 도지사도 끝까지 TV로 지켜봤다.
이날 도지사 역할을 맡은 닉네임 '갈 곳 없는 밤의 제왕'은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 한다. 간부들이 부하직원을 조금만 더 생각해야 한다. 인간관계가 업무보다 힘들다는 하소연이 많다. 서로 격려하고 챙겨주는 따뜻한 조직문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행정부지사 역할을 맡은 닉네임 '검은 고양이 네로'도 "내부 고객인 직원들이 만족하면, 만족한 직원들은 외부 고객인 도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빨리 출근하고 싶은 즐거운 직장이 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진실의 입'이라는 닉네임의 한 직원은 "출'퇴근시간 보장, 쓸데없는 야근 금지, 보고를 위한 보고서 작성 금지 등 조직 내 뿌리 깊은 문제부터 바꿔 나가야 한다"고 상급자들에게 돌직구를 날렸다.
회의를 지켜본 김 도지사는 "즐거운 직장은 잔잔한 감동에서 출발한다. 감동은 머리에서 되지 않고 마음에서 우러나올 때 전해진다. 젊은 직원들의 이날 얘기를 전 도청 직원들이 가슴속에 새기고 행복한 일터를 만들어 도민행복과 경북발전으로 이어 나가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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