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언어적 동물이다. 인간만이 말을 하기 때문에 만물의 영장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하루 평균 남자는 2만5천 마디, 여자는 3만 마디 정도의 말을 하며, 이는 50페이지 분량이나 된다.
모든 인간관계에서 그 사람을 빛나게 하는 최고의 요소는 단연코 '말'이다. 공직자들이 출세가도를 달리다가 추락하는 가장 많은 이유 또한 '말'일 것이다. 말은 잔재주보다는 그 말을 받쳐주는 '내면의 힘'이 있어야 한다. 오죽하면 정치를 언어의 놀음이라 비유했을까. 그래서 정치 지도자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믿음과 비전의 말들은 개인을 움직이고 역사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정말 하고 싶더라도 절대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경우에는 고통을 각오하더라도 반드시 해야 하는 말이 있다. 말해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를 구분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필요한 지혜다.
송나라 주희가 쓴 '경재잠'에 "입을 지키기는 병마개 닫듯 하고, 뜻을 지키기는 성(城)과 같이 하라"는 말이 있다. 병마개를 닫으면 물 한 방울 새지 않는다. 말은 반드시 필요할 때만 병마개를 열고 물을 마시듯 신중히 아껴 하라는 말이다.
논어에서는 "어른을 모시는 데 저지르기 쉬운 잘못이 셋 있다. 어른이 말하지 않는데 말하는 것은 조급함이고, 어른이 말했음에도 답을 하지 않는 것은 속을 감추는 것이며, 어른의 안색을 살피지 않고 함부로 떠들면 앞 못 보는 소경이나 다름없다"고 하였다.
약장수처럼 겉만 번지르르하게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의 골격에 심오한 사상과 깊이 있는 이론적 바탕이 있어야 한다. 진실과 감정적 얘기를 바탕으로 소신이 담겨 있어야 믿음과 신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먼 길은 '나의 말이 다른 이의 심장까지 가는 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의사의 3가지 무기가 말, 매스, 약이라고 한다. 선한 말, 좋은 말, 희망의 말, 응원의 말, 축복의 말, 감사의 말을 적절할 때 쓸 줄 알게 된다면 병든 사람의 마음도 보듬어 줄 수 있는 치유사가 되는 것이다.
말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형식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요즘 올바른 존칭을 사용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눈에 많이 띈다. 어법에 맞지 않는 존칭의 남용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예를 들면 '잔돈이세요, 출구는 왼쪽이세요, 커피 나오셨습니다' 등 사물에 존칭을 붙이는 일은 허다하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고객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잘못된 존칭으로 여겨진다. 존칭은 사람에게 쓰는 것임을 알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고객들이 기분 나빠 할까 염려가 된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고객에 대한 진심 어린 서비스 정신과 태도가 있다면 그러한 염려는 필요 없을 것이다.
어떻게 말하는가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를 말해준다.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나타내는 잣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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