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는 지난달 17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의미 있는 정책 심포지엄을 열었다. '중국인 관광객, 지역 유학생이 선도한다'는 주제로 열린 제16차 정책 심포지엄에서는 송재일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의 '중국인 유학생이 바라본 경북관광 활성화 방안'과 대구대 김병국 교수의 '중국 FIT 관광객 동향과 대응 방안'에 대한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송재일 연구위원은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중국인이 야간에 해수욕을 즐기고, 일출을 보며 바비큐를 즐겨하는 패턴에 착안한 포항 영일대해수욕장과 호미곶의 중국인 상품 개발 제안 ▷중국의 홀로족과 부랑족, 태족 등이 곤충절(음력 6월)에 즐겨 먹는 곤충요리의 상품화 방안 ▷중국 저장성 벽화마을을 벤치마킹한 안동 신세동 벽화마을의 관광 수용 태세 정비 방안 등을 제안했다. 이 제안은 대구경북 지역 7개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15명을 포함해 모두 36명의 지역 대학생들이 직접 경험하고 느낀 경북관광의 매력과 개선 사항을 제안한 것이어서 더욱 관심을 끌었다.
경북도 전화식 문화관광체육국장은 "이번 제16차 정책 심포지엄에서는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중국인들이 바라본 경북관광 활성화 방안이 제시되는 등 뜻깊은 자리가 됐다"면서 "이번에 제안된 정책들을 냉철하게 분석해 발전적 대안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잠들지 않는 동해안 해수욕장
포항 영일대해수욕장과 호미곶은 연간 3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경북을 대표하는 관광명소가 됐다. 이곳에서는 포항불빛축제와 바다국제공연예술제, 호미곶 해맞이축제 등 해양을 활용한 축제가 다양하게 열린다. 특히 호미곶에는 국내 유일의 등대박물관이 있어 체험 및 관람명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중국인 유학생의 눈에 비친 이곳은 한 가지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야간 해수욕이 불가능한 해수욕장이라는 점이다. 대구가톨릭대 중국인 유학생인 왕보 씨는 "영일대해수욕장을 잠들지 않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왕 씨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의 제1해수욕장은 중국의 해수욕장 중 규모가 가장 큰 점도 있지만 야간에도 해수욕이 가능해 중국인들이 좋아한다. 특히 인근에 야시장이 형성돼 있어 해수욕도 즐기고 먹을거리 장터를 찾을 수 있어 관광객들에게 인기라고 했다.
그는 "중국인들은 야간에 주로 해수욕을 즐기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또 가족과 함께 바비큐를 즐기며 일출을 감상하는 여행문화가 있다"면서 "중국인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는 경북 동해안의 해수욕장을 야간에도 개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포스코 야경과 고수분수와 같은 야간 체험 프로그램과 볼거리를 더 개발하고, 야간에 해안에서 휴식하면서 즐길 수 있는 캠핑 공간 및 숙박시설을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곤충을 먹을거리 상품으로
중국 소수민족인 홀로족은 매년 음력 6월이 되면 '곤충절'을 지정해 곤충요리를 해 먹는다. 매미, 벌꿀 튀김이 이들이 즐겨 먹는 대표적인 곤충요리다. 이 외에도 중국 윈난지역에 살고 있는 부랑족, 태족, 합니족 등도 곤충절을 지내고 있다.
이처럼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곤충음식을 중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해 상품화하자는 방안이 나왔다. 계명대에 다니는 중국인 유학생 등연 씨와 류명현'심가영'조해리 학생팀은 예천 곤충페스티벌에 곤충요리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매년 여름철에 열리는 예천 곤충페스티벌에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기 위해 곤충요리라는 먹을거리 개발을 제안한 것이다.
이들은 곤충을 활용한 사탕과 쿠키류 개발은 물론, 곤충음식 전용 푸드트럭을 활용해 판매하는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또 곤충페스티벌 축제 기간 동안 곤충음식 만들기 및 요리 대회 등을 열어 중국인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자는 제안도 내놨다.
◆지역 역사가 담긴 벽화마을 조성
중국 저장성 한 마을은 어민이 대부분인 주민들의 일상생활 모습을 벽화로 디자인해 주변환경과 어우러지게 조성,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관광명소로 만들었다. 바다를 끼고 있는 이 벽화마을은 '로서취진' '동해룡왕' 등 고전 동화 속 바다 이야기들을 벽화에 담아 이 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벽화마을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 마을의 벽화를 보기 위해 찾았으며, 특히 이 마을 전통시장의 해산물 판매로 이어졌다는 것이 경북도의 설명이다.
이에 착안해 안동대 중국인 유학생인 자오지아치'양신위에 씨와 하슬기'김민지'정윤태 학생팀은 안동 신세동 벽화마을을 중국 저장성 벽화마을처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들 학생은 안동 신세동 벽화마을이 지난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마을미술 프로젝트 공모사업으로 지정됐지만 홍보 부족 등으로 이곳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많고, 벽화와 연결하는 체험 프로그램과 스토리텔링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 벽화마을을 찾아가는 이정표와 마을 안내지도가 없는 것도 지적 대상이었다.
이들은 "중국인들은 해당 관광자원에 대한 역사적 의미를 중시한다"면서 "벽화마을에 대한 중국어로 된 이정표 및 홍보용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안동 구시장과 월영교 등 안동지역 관광'쇼핑명소와 벽화마을을 연계한 관광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유교'역사가 흐르는 상품 개발
이 외에도 중국인 유학생들은 중국인들에게 친근한 유교 관련 관광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북의 경우 안동 하회마을과 영주 선비촌 등 유교와 연관 있는 유적지가 많은데 이를 활용하라는 것이다.
중국 5대 고성 중 하나로, 명'청 시대 전통 양식이 잘 보존돼 있는 고대도시인 평요고성(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벤치마킹하라는 것이 중국인 유학생들의 제안. 이곳의 중국식 고가옥에서는 숙박이 가능하며, 일승창(중국은행의 전신), 성황묘, 청허관 등의 유적들도 보존이 잘 돼 있다. 또 '다시 만나는 평요' 공연을 비롯해 각종 사진전, 축제 등이 다양하게 펼쳐져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는 것.
하회마을과 선비촌도 조선시대 전통가옥을 비롯해 하회별신굿탈놀이 등의 문화자원과 소수서원, 부석사, 소백산, 풍기온천 등의 관광명소가 인접해 있어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지만 안내 체계가 미흡하고 전통 체험 프로그램 및 편의시설 부족 등이 흠으로 꼽혔다. 학생들은 왕족'양반 체험 프로그램 개발과 먹을거리 상품'상설 공연 프로그램 개발, 세계적인 축제 상품 육성 등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통이 잘 보존돼 있는 천년고도 경주와 관련해선, 스토리텔링의 필요성이 언급됐다. 그동안 유적지 관람 중심의 경주 관광에서 벗어나 새로운 볼거리를 추가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관광객들이 늘지 않을 것이라고 중국인 유학생들은 내다봤다.
결국 역사가 흐르는 경주의 골목길이나 양동마을 등에 이야기가 흐를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 작업이 필수라고 했다. 또 경주 문화명소 곳곳에 실제 경주인들의 생활상을 자세하게 설명해줄 전문해설사가 배치돼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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