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에 사는 조필수(69) 씨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저금리 대출을 소개해 주겠다'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급전이 필요했던 조 씨는 대출을 결심했고 '저금리 대출 심사에 필요한 전산 작업비용, 수수료 등을 보내라'는 말에 170만원을 송금했다. 대출을 해준다는 캐피탈 홈페이지에서 동일한 대표 전화번호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송금한 지 채 30분도 되지 않아 조 씨는 취급은행인 농협에 전화를 해 송금을 취소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같은 마을에 사는 농협 직원에게 문의한 결과, 대출 사기가 의심된다는 설명을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달 2일부터 지연인출 기준액을 3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낮춘 덕에 사기범은 송금한 돈을 인출하지 못한 상태였다.
자동화기기 지연인출제도가 보이스피싱 예방에 큰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기범들이 돈을 바로 찾을 수 없도록 시간을 늦춘 만큼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시간을 번 덕분이다. 특히 지연인출 기준액을 100만원으로 낮춘 지난 9월에는 피싱 사기 환급률이 80%에 육박했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피싱 사기 피해액은 2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47억원)보다 36%, 전분기(512억원)보다 41% 각각 감소했다. 3분기 피해액 중에 피해자가 돌려받은 금액은 155억원으로 환급률(환급액/피해액)은 55%였다.
이는 자동화기기 지연인출제도를 꾸준히 강화한 덕분이다. 지난 6월 은행권부터 지연인출 시간을 기존 10분에서 30분으로 확대한 데 이어 지난달 2일부터는 지연인출 기준액을 3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낮추는 동시에 자동화기기를 통한 이체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사기범이 현금으로 이체된 100만원 이상을 자동화기기에서 찾으려면 입금된 때부터 30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 30분간 피해자 신고를 받아 해당 계좌에 지급정지 조치를 하면 피해액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금융사기의 수단인 대포통장도 1년 새 절반 이하로 줄었다. 올 3분기 대포통장 발생 건수는 1만2천127건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55%, 전분기보다 22% 감소했다.
금감원 대구지원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피해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 금융사기인 줄 알고도 당황해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았고, 실질적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지급정지 조치를 모르는 젊은이도 많았다. 이달부터 금융사의 사고 빈발 자동화기기에 대해 담당자를 지정해 순찰을 강화토록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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