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11시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 6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하자 약 50m 떨어진 거리에서 시내버스 한 대가 경적을 울리며 무서운 속도로 달려왔다. 이 여성은 달려오는 버스에 겁을 먹고 인도 쪽으로 몸을 피했다. 같은 시각 퀵서비스 오토바이들이 무법자처럼 중앙선 침범과 불법 유턴, 인도 주행 등을 수시로 해댔다. 대학생 박연주(24'여) 씨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안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는 버스와 오토바이 탓에 항상 건너기가 불안하다"고 말했다.
보행자 편의를 위해 조성된 '대중교통전용지구'가 되레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는 구역이 되고 있다. 과속으로 주행하는 시내버스와 안전을 무시한 채 질주하는 오토바이 등으로 보행자들이 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교통전용지구는 규정 속도가 시속 30㎞지만 이를 지키는 시내버스는 거의 없다. 신호나 과속방지턱, 일반 차량이 없어 뻥 뚫리다 보니 운행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대학생 김효진(22) 씨는 "대중교통전용지구는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없어 길을 건너려다 달려오는 버스 때문에 다시 물러난 적이 숱하다"며 "2차로밖에 되지 않는 좁은 구간이라 대형 버스가 조금만 빨리 지나가도 더욱 위협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불법을 서슴지 않는 오토바이들도 자주 목격된다. 불법 유턴이나 중앙선 침범은 물론, 인도를 질주하며 보행자들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상당수 오토바이는 파출소 앞에서도 버젓이 불법 운전 행태를 보인다.
민원이 끊이지 않는데도 경찰과 지자체는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고 사망사고 등 대형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교통 단속 경찰이 5명인데 주로 사망사고나 교통사고 다발지역에 집중적으로 배치된다. 가끔 이동식 속도 단속 카메라로 과속 단속을 하지만 상시로 할 수 없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도 "버스조합에 대중교통전용지구 운전자 교육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단속 강화와 함께 '구간 보행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래 도로교통공단 대구지부 공학박사는 "횡단보도 폭을 10m 이상 넓게 만들고 신호등을 설치해 보행자 편의를 우선시하면 무단 횡단도 줄어들고 보행자 안전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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