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는 최근 초고층 빌딩 분양 소식으로 떠들썩하다. 바다를 굽어보는 101층 호텔과 85층 주상복합 아파트(882가구)가 어우러져 기존의 두산위브더제니스(80층), 아이파크(72층) 아파트와 함께 부산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는다.
하지만 대구는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54층), 황금동 SK리더스뷰(57층)를 끝으로 50층 이상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 인천, 부산 등 전국적으로 마천루 경쟁을 벌이는 상황과는 동떨어진 형국이다.
왜 대구엔 초고층 건물이 없는 걸까? 크게 두 가지 요인이 아파트의 '성장판'을 억누르고 있어서다.
우선 취약한 경제력 탓에 1조원 이상 투입되는 매머드급 사업에 뛰어들 마땅한 건립 주체가 없고, 사업자가 나선다고 해도 갖가지 규제가 가로막고 있다.
건축 전문가들은 대구에서 가능한 초고층 건축물 높이는 40~50층을 한계점으로 거론한다. 기존 건축법상에서 건축물 높이는 인접한 도로나 공원, 호수 등 건축이 불가능한 부지의 폭 1.5배를 넘을 수 없었다가 지난해 5월 이 규정이 폐지됐다. 도로 폭이 10m면 15m 건물만 가능했다.
하지만 규정이 바뀐 후에도 대구에서 건물 층고를 키우기란 쉽지 않다. 대구는 신천과 앞산, 수성못 주변 등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는 부지는 대부분 조망권 확보 차원에서 '최고 고도지구'(4층에서 15층 이하 건축)로 묶여 있다. 수성구 상동의 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안타까운 사례로 꼽힌다.
대구시 한 관계자는 "사실상 신천변에는 고도지구로 묶지 말고 용적률로만 높이를 제한해도 충분히 개방감 있는 건물을 지을 수 있다"고 털어놨다.
동대구 역세권도 마찬가지. 동대구복합환승센터 등 미래 개발호재가 뚜렷한 지역도 대구공항과 상당히 떨어져 있지만 비행고도 제한구역으로 설정돼 30층 이상 건물 신축은 불가능하다.
초고층에 대한 심리적 규제도 만만치 않다. 대구 한 시행사 대표는 "교통영향평가 등 갖은 심의에서 심의위원들은 법에는 저촉되지 않지만 교통발생량 등을 들어 건물 규모를 축소하라는 요구가 많다"고 귀띔했다. 초고층 빌딩이 가능하려면 전문가들은 '과감한 규제 탈피'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대구건축사협회 최혁준 회장은 "부산'인천 등은 현재 10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으며 일반 부지에도 규제 개혁을 통해 초고층 건물 신축을 장려하고 있다. 대구가 도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도시계획상 불필요한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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