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손님 '기다리는' 택시, 출퇴근 시간 교통지옥

불법 주정차 상태 줄지어 대기…일대 교통 마비·보행자도 위험

5일 오후 대구 달서구 성당네거리 도로의 가장자리 차로에 택시들이 손님을 기다리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5일 오후 대구 달서구 성당네거리 도로의 가장자리 차로에 택시들이 손님을 기다리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5일 오후 7시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 교보빌딩 앞.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 10여 대가 편도 4차로 중 인도 쪽 차로에 줄지어 서 있었다. 만경관 쪽에서 신호를 받고 교보빌딩 방향으로 직진하던 차들은 길을 가로막고 선 택시를 피하려고 갑자기 옆 차로로 끼어들었고 순식간에 일대 정체가 빚어졌다. 운전자 이모(28) 씨는 "교보빌딩 등지의 주차장에서 나오는 차들은 서 있는 택시에 좌우 시야가 가리고 이 앞을 지나다니는 보행자들도 사고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고 했다.

달서구 성당네거리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곳 교차로에는 서부정류장에서 내린 손님들을 태우려는 택시 10여 대가 늘 줄지어 서 있다. 택시들이 늘어선 바로 뒤편에는 버스승강장이 있고, 이곳에서 출발하는 버스들은 옆 차로로 끼어들어야만 운행할 수 있어 출퇴근 시간마다 차량 정체가 벌어진다.

대구 도심 교통이 '택시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손님을 태우려는 택시가 일반 차로까지 점령하면서 차량 정체를 빚는 것은 물론 보행자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유동 인구가 많거나 식당, 술집이 많은 대구 도심 곳곳은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택시 불법 주정차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 때문에 출퇴근 시간마다 일대 교통이 마비되고 있지만 택시 기사들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동 중 길가에서 택시를 잡는 승객을 찾기가 쉽지 않고, 돌아다니며 손님을 찾으려면 연료비 부담도 크다는 것이다.

택시운전기사 김모(52) 씨는 "많을 때는 하루 수입의 3분의 1 이상이 정차하면서 태운 손님들에게서 나온다. 기약도 없이 손님을 찾으러 돌아다니긴 어려운 일이다"며 "버스정류장, 식당가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는 오히려 손님들이 택시들이 길에 서 있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구청들이 일반 차로에 불법 주정차한 택시를 단속하고 있지만 불법 주정차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불법 주정차 단속 CCTV나 구청 단속 차량은 보통 5~10분 안에 두 차례 같은 장소에서 불법 주정차를 적발해 과태료를 부과한다. 택시 기사들은 이 같은 단속 방식의 맹점을 이용해 수시로 이동하면서 과태료 부과를 피하고 있다.

구청 교통과 관계자들은 "단속을 강화하면 택시 기사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단속을 안 하면 일반 시민들의 민원이 커져 해결이 쉽지 않다"며 "대구시가 승객 수요에 맞게 택시 승강장 위치를 조정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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