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불완전하기에 완전하지요. 여섯 살배기 아들이 진지한 표정으로 무릎 꿇고 유산 미리 나눠달라고 하면 얼마나 이상하겠어요? 장난감 하나에 동생과 목숨 걸고 싸우는 게 당연한 거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마세요." 그래도 아이가 너무 찡얼거려 화가 난다는 엄마를 위로하면서 두 줄짜리 짧은 시가 생각난다. '홍시야, 너도 한때 무척 떫었었지?'
근데 비상이다. 아이들이 자라지 않는다. 청년이 되어도 도무지 성숙해지지 않는다. "샘, 너무 화나요. 어제 여자 친구한테 채였어요. 지난주 자기 생일에 무려 10만원을 썼는데…." 씩씩거리는 이유가 너무 의외다. 비용을 그만큼이나 투자했는데 왜 돌아오는 게 없냐는 거다. 마치 게임을 하듯이 사람을 만난다. 게임에서는 투자한 만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데 현실에서는 왜 그렇게 안 되는 거지?
가상현실에서는 잘 안 되면 리셋하면 되지만 인간관계는 단순히 다시 출발할 수 없다는 간단한 사실조차도 받아들이기 어려운가 보다. 기계를 다루는 기술은 뛰어나지만 삶의 기술은 완전 왕초보다. 심지어 오랫동안 사귀다 헤어지면서 그만 만나자는 이야기를 문자로 간단히 통보하는 쿨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실은 부딪혀 소통하는 것이 너무 힘들고 두려워 쿨한 체하는 아이들이다.
생각하지 않는 세대, 아비 말은 듣지 않고 스마트 애비(앱)가 가르쳐 주는 대로만 사는 아이들을 걱정하는 아비들의 탄식이 늘어졌다. '우리는 질문하다 사라지는 것'이라는 파블로 네루다의 말은 허공에 메아리칠 뿐이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경배하다 사라진다.'
근데 또 의문이 생긴다. '홍시들은 이미 물크러진 것 아닌가?' 홍시들은 잘 살고 있는가? 이제는 홍시로 오래오래 지내야 하는데 맛있고 멋있는 홍시로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한의사 친구가 오늘도 하루 종일 노인 환자들을 만나고 왔다면서 하소연이다. '우리는 빨리 죽자. 불평불만, 화풀이, 요구에 찌든 탐욕 덩어리가 인간이야.'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삶의 기술을 터득하지 못하고 미성숙한 모습을 오래 지니고, 어른은 어른대로 경쟁에 지친 이기적인 존재로 천천히 시들어간다. '삶은 누군가로부터 받은 선물'이라는 감사의 고백을 누구에게서 들을 수 있을까?
맑은 가을 하늘에 매달린 빠알간 홍시처럼 그토록 인생이 아름다울 수 있을까? 성장과 배움은 어떤 경험을 통해서 얻을 수 있을까? 지구를 구해내는 온라인 게임 속 정의의 사자들이 벌레(충)와 좀비, 뱀파이어를 물리치는, 정말 자라나는 세대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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