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와일드카드

각종 스포츠에서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이맘때면 팬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용어가 '와일드카드'(Wild Card)다. 응원하는 팀이 포스트 시즌에서 뛰게 될지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쥘 정도로 팬의 관심을 모으기 때문이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한국프로야구에도 올해 처음 와일드카드가 도입돼 흥행몰이에 성공하는 등 반사 효과도 크다.

와일드카드는 원래 카드게임에서 비롯한 용어다. 다른 카드로 대신 쓸 수 있는 특수 카드를 말한다. 야구'축구 등 일부 스포츠 종목에서 예외적으로 특별히 경기에 참가시킬 때 이를 와일드카드라고 한다. 문제는 1차 관문도 통과하지 못한 팀을 결선에 참여시킬 때 발생하는 자격 논란이다. 흥행을 위해 성적 기준을 허무는 꼴이기 때문이다.

10구단 체제가 된 한국프로야구는 올해부터 정규 시즌 4위와 5위 팀의 와일드카드 경기를 갖는다. 와일드카드인 SK 와이번스와 4위 넥센이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겨루는데 대신 4위 팀에 1승과 홈경기라는 어드밴티지를 준다. 와일드카드 팀에는 불리한 조건이지만 기사회생의 기회라는 점에서 밑져봐야 본전이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1994년 와일드카드를 처음 도입해 리그별 지구 우승팀 3개 외 최고 승률 1개 팀을 플레이오프 경기에 참여시켰고 2012년에 2개 팀으로 늘렸다. 2010년 일본프로야구도 이를 도입해 관중 증가 등 재미를 봤다. 문제는 단판 승부에서 나타나는 의외의 결과다.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처럼 와일드카드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머쥐는 일이 심심찮다. 1997년 이후 와일드카드로 우승 반지를 낀 사례는 모두 여섯 차례다. 와일드카드 찬반 논란이 이는 이유다.

하지만 와일드카드는 요즘 일부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자행하는 고용 세습이나 특혜 채용 비리에 비하면 인간적이다. 수협중앙회와 지역 조합은 장기간 전'현직 임직원 자녀를 면접만 보고 무더기 취업시켰다가 적발됐다. 지역난방공사는 정치인 출신 사장의 수행비서와 운전기사를 채용 공고도 없이 뽑아 8천만원이 넘는 고액 연봉을 주고, 다른 기사보다 2배 더 월급을 주다가 국무조정실의 조사를 받고 있다.

그나마 기회라도 열어놓는 와일드카드와 달리 이런 공기업 비리는 정당한 '흙수저'의 취업 기회를 아예 막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수준이다. 사익을 위해서라면 룰도 깡그리 무시하는 공기업, 이제 '신도 못 들어가는 직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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