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日 등 12개국 TPP 타결, 대구경북 산업별 파장·전망

베트남 거점 의류·섬유 기회, 日과 경쟁 車부품은 타격

미국과 일본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타결됐다는 소식에 6일 섬유와 자동차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내 업계 관계자들은 베트남에 생산 거점을 둔 의류'섬유업체들이 중장기적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보는 반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일본 대비 관세 혜택을 보던 자동차 관련 업체들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구 섬유업계 '베트남 진출'투자 늘려야'

아직 조항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섬유'의류업종은 TPP 타결로 관세가 대부분 철폐될 전망이다.

6일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대구 섬유업계는 섬유'의류 최대 수출국인 베트남에 대한 현지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반응이다. 섬유산업은 경쟁국인 일본과의 경합도가 낮아 TPP 체결 시 일본이 얻는 혜택이 적다. 또 TPP 참여국인 베트남에서 생산 중인 국내 기업들은 관세가 철폐된 덕분에 가격 경쟁력이 오히려 강화될 수 있어서다.

베트남은 또한 지난해 대미 의류'신발 수출액이 131억달러로 중국에 이은 2위 국가다. TPP가 발효되면 베트남의 대미 의류 수출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베트남 현지 설비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섬유업체는 500곳이 넘으며, 이들 업체의 역내 수출 비중도 베트남 섬유 수출의 40% 수준이다.

2013년 베트남에 현지 공장을 설립한 대구의 ㈜보광도 그중 하나다. 당시 보광은 1만㎡ 규모 공장을 건설하고 주 생산품인 스포츠 아웃도어용 직물과 스웨터 등 편물 사업을 확대했다. 베트남에 대한 수출이 많은 만큼 인건비와 물류비용을 줄인다는 목표였다. 보광은 이번 TPP 타결로 역내 수출 관세가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트남 내 기술 이전 또한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다이텍연구원은 2013년 베트남 하노이에 VTRI연구소를 세운 뒤 염색 및 가공, 물처리 기술을 현지 기업에 컨설팅하는 등 기술 전파에 앞장서고 있다. 이도현 다이텍연구원 본부장은 "베트남 환경법은 섬유'의류산업 폐수에 대해 규제 강도가 강하다. 베트남 진출 국제 섬유기업들이 늘어날 것인 만큼 기술이전 사업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향후 TPP 가입 여부도 관심거리다. 우리 정부가 TPP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국내 원사 제조업체들은 TPP 회원국인 베트남이나 인건비 경쟁력이 있는 말레이시아 등지로 원사 생산공장을 이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베트남보다 인건비는 다소 높지만 지리적으로 북미'남미와 가까운 멕시코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 이 경우 섬유 수출 감소와 함께 국내 산업공동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가 TPP에 가입할 경우 섬유의류 업종에 더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품질이 낮은 베트남산 원단 대신 원사기준 하에서도 원산지 인정이 가능한 고품질의 한국산 원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 자동차 부품업계 '일본과 경쟁 불안, 현지 생산과 대미 완성차 수출 늘려야'

지금껏 한미 FTA 체결을 통해 일본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던 자동차 업종은 이번 TPP 협상에 일본이 참여한 탓에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요 시장인 미국에서는 TPP 발효 즉시 일본산 자동차 부품의 2.5% 관세가 철폐된다.

이날 자동차 부품업체 에스엘(SL)은 TPP 타결 소식에 주가가 3.11% 떨어져 대응책 검토에 나섰다. 다만 SL은 주력 제품인 램프의 수출 비중이 크지 않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성진 SL 전략기획실 이사는 "자동차 부품이 일본과 경합성이 높다 보니 일본의 수출 관세 철폐 영향이 클 것으로 본다"며 "우리 업체는 램프를 수출할 경우 부품이 크고 물류비용이 많이 들다 보니 가격 경쟁력을 맞추고자 이미 해외 현지 생산 비중을 50% 수준으로 늘렸다. 그러나 여전히 수출 비중이 큰 2, 3차 업체들은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서구 한 자동차 부품업체의 한 관계자는 "일본산 부품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면 일본 업체와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수출 계약이 4, 5년 동안 이어지기 때문에 당장 타격은 없겠으나 우리 제품의 품질을 높이는 데도 한계가 있다 보니 적잖이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자동차 업종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한미 FTA 일정에 따르면 내년부터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완성차 관세 2.5%가 철폐되기 때문. 일본 완성차의 대미 수출 관세는 25년 뒤 철폐돼 여유가 있는 셈이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차는 미국 공급량 중 현지생산 비중이 각각 53%, 47% 수준에 달한다. 미국, 멕시코 등에 이미 한국 완성차와 부품업체들이 동반 진출해 있기 때문에 실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