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30여 명의 고용인을 거느린 성공한 사업가이다. 몇 개나 되는 사회법인을 설립한 NGO(비영리사회단체) 대표이다. 소외계층의 복지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사회운동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는 휠체어 없이는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3급 지체 장애인이다.
"모든 인간은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권리를 지닌다고 하죠. 그 당연한 말을 얻어내기까지 얼마나 힘든 길을 지나왔는지요. 이 땅에는 저처럼 당연한 권리를 얻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장재권(63) 경북장애인권익협회장은 3살 때 두 다리의 자유를 잃었다. 심한 고열과 함께 갑작스레 찾아온 소아마비는 막 걸음마를 뗀 그에게서 아예 걸음을 앗아갔다. 그러나 목발을 짚어가며 일반 학생들의 몇 배나 되는 시간을 투자해 학교에 다니고, 다른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놀 때는 혼자 남아 공부에 몰입했다. 다른 장애인들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할 시간에 더 큰 노력으로 장애를 뛰어넘으려 노력했다.
학업을 마치고 장 회장은 1989년 친형과 함께 장우산전이라는 전기 배전반 제조회사를 설립했다. 서서히 회사가 자리를 잡고 이익을 얻어낼 무렵 운명은 그에게 또 한 번 시련을 건넸다. 1998년 IMF로 인해 경영이 어려워지며 결국 회사가 문을 닫게 됐다. 8년간 쏟았던 열정이 한 번에 무너지고 이후 2년여간 이어진 재기를 위한 방황은 학교에 다니던 어린 시절만큼 혹독하고 시렸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옛 동료들과 함께 2000년 3월 ㈜장우를 새롭게 열었다. 총 30여 명의 근로자 중 20여 명이 장애인으로 구성된 사업장이었다. 지역 업체들의 난립과 심한 경쟁 속에서도 그는 성실함을 무기로 고객들의 신뢰를 얻어갔다. 그 결과 ㈜장우는 현재 포스코 등 대기업에 배전반을 납품하는 연매출 8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누구에게나 고난은 있습니다. 처음에는 세상의 편견에 울분이 쏟아진 적도 많았죠. 그러나 장애를 마땅히 극복해야 할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인 순간, 살아갈 희망이 생기더군요."
회사가 기틀을 잡으며 장 회장은 자신과 같은 장애인들을 위한 사회 복지 사업에 눈을 돌렸다. 경북지체장애인협회장, 경북장애인체육단장 등 그가 거쳐 갔던 직책은 셀 수가 없을 정도다. 특히, 경북 23개 시'군지역 지체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지체장애인여성자립지원센터 등은 장 회장의 노력이 깃든 결과물이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2006년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장 회장은 지난해 8월 경북장애인권익협회를 창립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불편한 몸이라도 자신이 직접 움직일 수 있는 한 동료 장애인들을 위한 권익 찾기에 나서고 싶다는 소망에서다.
"복지는 없는 사람에게 떡고물을 던져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이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찾아주는 일입니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기본적인 뒷받침을 통해 비장애인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바로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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