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뉴스가 '공정'할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뉴스는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달해 공정한 듯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가 않다. 뉴스를 통해 나오는 화면과 이야기 자체는 객관적인 사실일 수 있으나, 그 사실을 보도하느냐 안 하느냐는 언론사의 보도 방침에 따른다. 데스크의 판단, 결국 그것을 결정하는 사람들에 따라 그 객관적으로 보이는 화면과 이야기가 대중들에게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결정하는 사람들은 과연 가치중립적일 수 있는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공정을 위해 필요한 건 '중립'이 아닌, '균형'이다. 한쪽의 이야기를 보도했다면 다른 한쪽의 이야기도 보도해야 한다. 그렇게 균형이라는 최소한의 장치를 통해 미디어는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일수록 이 균형이라는 장치는 잘 작동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정부의 발표만 받아 보도한 뉴스를 접할 때 우린 어떤 균형을 느낄 수 있었나.
이와 달리 영화는 만드는 사람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투영된다. 다시 말해, 영화에는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과 견해가 포함되어 있으며, 감독은 그것을 가지고 대중과 소통하려 한다.
'다이빙벨' 역시 주관적인 시선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다이빙벨에게만은 이 주관적인 시선과 견해가 용납되지 않았다. 오히려 뉴스에서 잃어버린 균형을 이 영화에서 찾으려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유독 정부만은 그렇지 않았다. 영화진흥위원회는 다이빙벨을 공식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에 올해 절반에 가까운 예산을 삭감하는 조치를 내려 외압논란을 자초했고, 다이빙벨을 상영한 전국의 독립예술영화관들 역시 예산 지원 중단이라는 기로에 서게 됐다. 서울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는 지난해 최고의 성과를 올렸지만, 올해부터는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또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10여 년간 잘 운영돼 온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을 폐기하고, '예술영화 유통배급 지원사업'이라는 새 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전국의 예술영화전용관들이 이 새 사업의 부적절함과 문제점을 끊임없이 제기했지만, 결국 일방적으로 새 사업이 강행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새 사업 운영을 기존 직접 지원이 아닌 위탁사업 방식으로 바꿨는데, 위탁을 받게 된 단체가 독립예술영화와는 아무런 연관성과 경험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영화진흥위원회가 더 이상 독립예술영화의 진흥과 관련해 아무런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 다이빙벨로 촉발된 영화계의 정치적 외압 논란과 그것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가 일종의 '징후'와 '우려'를 넘어 현실로 고착화되고 있다. 영화는 영화다. 그리고 정부는 건전한 논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시민들이 그렇게 미성숙하지는 않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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