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학교 성폭력 예방 교육, 성범죄 교육으로 전환해야

학교 안에서 성폭력 사건은 늘어나는 데 비해 이를 예방할 성교육은 형식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성폭력 사안 자치위원회의 심의 건수는 179건으로 2012년 63건에 비해 2.8배가 늘었다. 경북은 같은 기간 10건에서 79건으로 8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크게 는 것은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전문적인 상담이나 고발하는 창구가 많아진 점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렇게 잦은 학교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교육 당국의 대책은 미비하고 형식적이다. 교육부가 올해 만든 '국가 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 따르면 '여성은 치마를 입는 게 바른 옷차림' '데이트 비용의 불균형이 데이트 폭력을 낳는다'는 등의 시대착오적이고, 여성 차별 내용이 가득하다. 또, 교원 상대 성폭력 예방교육도 연간 3시간으로 턱없이 모자랄 뿐 아니라 이마저도 유인물로 대체하거나 시간을 줄이는 형편이다. 사회적인 문제가 될 때마다 반짝 관심을 쏟다가 잠잠해지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성폭력 사건이 재발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셈이다.

학교는 선생과 제자, 동료라는 관계로 얽혀 있는 좁고 폐쇄적인 공간이다. 또, 사제 관계라는 특수성은 신고나 적발을 어렵게 하고, 조직적인 은폐 등을 통해 외부로 드러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최근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교의 조직적인 은폐 아래 수년 동안 성폭력 사건이 계속된 이유다. 이런 속성 때문에 학교는 어느 곳보다 지속적인 성폭력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

성폭력 예방 교육이 실제적인 효과를 거두려면 먼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성폭력 사건은 흉포한 범죄라는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가해자는 결코 용서받지 못할 파렴치한 범죄로 엄한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생각을 해야 함은 물론, 피해자도 강도나 폭력 등 일반 범죄를 당했을 때처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신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교육도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해 성폭력 예방이 아닌, 성범죄 예방 교육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범죄 행위임을 적시하고, 성과 관련한 어떤 행위도 모두 범죄라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이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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