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한 지 4년이 지났지만 후쿠시마는 '정지화면'처럼 멈춰 서 있다. 일본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안정화되고 통제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방사능 위협은 여전하다. 1~3호기 노심용융(핵연료봉이 녹아내린 상태)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핵연료봉 회수에 앞서 잔해물 처리작업을 하려고 했던 1호기는 방사성 물질의 비산 우려가 커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2호기는 방사선량이 너무 많아 사람 접근이 어려운 상태고, 3호기는 대형 원격 기중기를 이용해 잔해물 처리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연료봉 회수가 녹록지 않다.
도쿄전력 측은 1~3호기에서 핵연료봉을 회수하는 작업은 10년 정도 걸리며 1~6호기의 폐로 작업은 30~40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자로의 냉각수로 사용된 고농도 오염수 처리도 난항을 겪고 있다. 오염수 저장탱크를 증설하고, 차수벽과 참호'오염수 정화설비 등을 설치했지만 오염수는 지하수와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
후쿠시마는 폐허가 된 지 오래다. 정부의 대피령으로 인해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지대가 267㎢나 된다. 서울(605㎢) 면적의 절반이 버려진 셈이다. 일본 정부가 제염작업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땅이 넓고 돈이 많이 들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제염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곳도 도로나 주택 주변뿐이다. 오염도가 높은 산과 들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원전 사고 지역과 15㎞가량 떨어진 나미에정(浪江町) 주변만 해도 방사능 때문에 3시간 이상 머물 수 없다. 2만 명 가까운 주민들이 살던 마을이 원전사고로 '유령마을'이 돼 버린 곳은 이곳뿐만 아니라 후쿠시마에만 8곳이 더 있다.
원전 사고 공포는 최근 김기덕 감독의 영화 '스톱'을 통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영화는 원전사고 이후 후쿠시마에서 도쿄로 이사한 젊은 커플이 방사능 노출을 우려해 임신한 아이를 어떻게 할지 갈등하는 이야기다. 낙태시키려는 아내와 이를 반대하는 남편을 통해 원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원전은 전기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일본처럼 사고가 날 경우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이 발생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눈으로 직접 목격한 우리나라도 그 공포를 잘 알기에 모든 원전정책을 '안전'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 원전 사고가 지진에 의한 쓰나미로 피해가 커졌다는 점에서 한국은 원전에 쓰나미 관련 방호시설을 대폭 강화했다. 한국은 지진대에서 벗어나 있긴 하지만 일본발 지진 여파로 인한 쓰나미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우선 운영 중인 원전에 대한 안전장치를 보다 강화했다. 쓰나미 등으로 핵연료에 전원 공급이 끊겨도 폭발하지 않도록 전원 없이도 가동이 가능한 '수소제거설비'를 확대했다. 신월성 2호기의 경우만 해도 수소제거설비를 6대에서 15대로 늘리고, 이동형 발전차량 등도 도입했다.
원자로 내부도 충격과 반복하중, 처짐을 방지하기 위해 내구성을 크게 강화했다. 외부대기압의 4배가 넘는 압력도 견딜 수 있다고 한수원 측은 설명했다. 또 디젤발전기도 신월성 1'2호기당 각 2개, 공용으로 1개 운영하고 있고, 해일 발생에 대비해 방수처리도 꼼꼼히 했다. 규모 6.5의 지진을 견딜 수 있는 내진설계도 적용했다.
앞으로 들어설 원전에 대한 안전설비는 더욱 강화될 예정이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APR플러스(APR+) 기술이 적용되는데, 안전성이 매우 높다는 게 특징이다. 원자로 건물과 보조 건물 등 안전 관련 구조물 외벽이 기존(100~120㎝)보다 20~30㎝더 두꺼워진다.
원전 두뇌에 해당하는 주제어실과 원격제어실 등 주요 설비도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될 수 있도록 새롭게 배치되고. 화재 등에도 원전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설비도 4중 격리설계된다. 쓰나미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전기 없이도 발전소의 안전정지와 냉각이 가능한 기술이 적용된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 기술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만들어진 만큼 안전성 확보에 많은 공을 들였다"며 "원전건설 및 운영을 보다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관련기술 개발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폭군은 언제나 이렇게 되리"…광주시청에 내걸린 美버지니아주 깃발
젊은 보수들, 왜 광장으로 나섰나…전문가 분석은?
윤 대통령 지지율 40%에 "자유민주주의자의 염원" JK 김동욱 발언
"탄핵 반대, 대통령을 지키자"…거리 정치 나선 2030세대 눈길
[속보] '尹내란죄 철회'에 오세훈 "이재명은 일구십언…앞뒤 안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