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에 불과해요. 특히 음악 연주는 나이가 있어야 더 깊은 소리를 낼 수 있답니다. 요즘은 즐거워하는 관객들의 표정을 보는 기쁨으로 살고 있어요!"
황혼의 나이에도 각기 다른 악기로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는 이들이 있어 화제다. 평균 나이 70세로 구성된 '예천 그린실버관악합주단' 단원들이다. 예천 그린실버관악합주단은 예천에 살고 있는 55세 이상 남녀 어르신들이 모여 '문화가 있는 삶' '행복한 인생 2막'을 모토로 2013년 4월 12일 창단했다. 43년간의 교직생활을 마치고 현재 그린실버관악합주단 대표를 맡고 있는 김성일(77) 단장은 "은퇴 후 지역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일을 찾던 중 동료이자 오랜 벗인 예천문화원 정희융 원장의 권유로 관악합주단을 만들게 됐다"며 창단 배경을 설명했다.
"그때 같이 성당을 다니던 신자 5명을 주축으로 일반 회원을 모집했는데 혹여 단원이 모이지 않을까 걱정도 많이 했지요. 하지만 오랜 세월 꼭꼭 숨겨둔 음악의 꿈을 펼치기를 희망하는 어르신들이 하나둘씩 모이면서 이들과 함께 관악합주단을 발족하게 됐습니다."
현재는 단장을 포함해 40명 회원이 트럼펫, 트롬본, 클라리넷, 알토'테너'바리톤 색소폰, 뉴포늄, 베이스 기타, 벨리라, 소북, 대북 등 모두 11개 악기로 클래식, 가요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빚어내고 있다. 가장 나이 적은 55세 단원부터 최고령 80세까지 활동하고 있으며 부부 단원도 7쌍이나 된다.
지도와 지휘는 예천군 용문면이 고향인 신창규(69'대구) 전 경상여고 음악교사가 맡았다. 신 지도강사는 서울신문사 주최 마칭밴드 경연대회 지도자상, 한국방송공사 관악지도자상, 대한민국 관악상 수상과 88서울올림픽, 제73회 전국체전,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도 활약한 한국마칭밴드계의 대부로 통한다.
단원들은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오후 8시부터 2시간 동안 용문우체국 2층 연습실에 모여 음을 맞춘다. 젊었을 때와 달리 생소한 악기를 다루기란 쉽지 않지만 자비로 비싼 악기를 사서 연습에 몰두하는 열정만큼은 청년 못지않다.
색소폰 연주를 맡고 있는 김두하(71) 단원은 "연습실에 모여 화음을 맞출 때면 음 이탈도 잦고 마음 같지 않은 소리에 좌절감도 맛보지만 그때마다 단원들은 서로 격려하면서 연습에 임하고 있다"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등 큰 행사에 초청돼 관객들로부터 박수를 받을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2013년 9월 예천 삼강주막 첫 공연을 시작으로 활동에 들어간 그린실버합주단은 예천세계활축제를 비롯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2014 국제패트롤잼버리 상주대회, 복지시설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동안 다양한 무료공연과 봉사활동을 펼쳤다. 올해는 10월 15일부터 열리는 제2회 예천세계활축제를 앞두고 한창 연습을 하고 있다. 단원들이 연주하는 한 곡 한 곡이 지역사회의 소외된 이웃과 관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와 함께 실버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김성일 단장은 "창단 초기만 하더라도 합창단에 대한 행정 지원이 없어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지난해부터 경상북도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큰 걱정을 덜었다"며 "1년 후엔 45인조 밴드를 꾸려 관람객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하는 웅장하고 화려한 마칭밴드 공연을 펼쳐보이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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