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탕웨이(36)는 이제 한국에 너무나 친근하다. 한국의 김태용 감독과 지난해 8월 결혼해 화제가 됐다. 탕웨이 얘기할 때 김 감독을, 김 감독 얘기할 때 탕웨이를 빼놓으면 왠지 섭섭할 정도다.
지난 1일부터 진행 중인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개막식 날부터 탕웨이와 김 감독은 화제다. 포장마차촌 데이트로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영화 '몬스터 헌트'와 '세 도시 이야기' '화려한 샐러리맨'을 들고 부산을 다섯 번째 찾은 탕웨이를 만났다. 작심하고 한국 영화팬들의 부러움을 산 포장마차 데이트 얘기를 꺼내니 "매번 올 때마다 갔던 단골집"이라며 배시시 웃었다.
한국 기자들도 편해진 듯하다. 퀭한 눈으로 한 번에 너무 많은 질문을 열정적(?)으로 했는지 "피곤해 보인다"고 "쉬어야 할 것 같다"는 걱정스러운 말도 건넸다. 하긴 지난번 부산에서는 다른 기자에게 악수를 청하기도 했던 탕웨이다.
이번 영화제 단편 쇼케이스 부문에서 상영되는 김태용 감독의 '그녀의 전설'에 탕웨이가 '꿈속의 사랑'을 한국어로 불렀다는 것도 화제가 됐다. 원래 중국에서 불렸던 이 노래는 한국에서 1955년 가수 현인을 시작으로 이미자, 심수봉, 남진, 윤복희, 김수희, 이광조, 우쿨렐레 피크닉 등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이 곡을 리메이크해 불렀다.
"감독님이 '꿈속의 사랑'을 엔딩곡으로 결정하고 난 뒤 집에 간 적이 있어요. 시어머님도 같이 있었을 때였는데, 그 노래를 들려 드렸죠. 노래를 듣던 어머님이 김 감독님에게 '몰랐니? 내가 너 어렸을 때 많이 불러준 노래였어'라고 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이 인터넷을 통해 이 노래를 찾아봤고 중국 노래가 원곡인 걸 알게 됐죠. 감독님이 '어쩐지 많이 익숙하더라. 내가 그래서 중국 와이프를 얻었구나!'라고 했어요. 그런 뒤 중국 노래니 제게 '당신이 불러주세요'라고 했고, 더 재미있는 건 제가 한국어로 불렀다는 것이죠.(웃음)"
남편을 꼬박꼬박 '감독님'이라고 호칭한 탕웨이는 "내게 외국어로 노래할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며 "감독님이 한국 관객이 들었을 때, 발음이 극의 흐름에 방해가 되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여러 차례 녹음했다. 그래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전체 과정이 정말 재미있었다"고 만족해했다.
그는 "이번 노래를 연습하면서 한국어 선생님으로부터 가사와 내용을 하나하나 배우며 제대로 한국어 공부를 했다. 또 한국 문화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며 "감독님도 내 발음을 듣더니 늘었다고 하시더라"고 좋아했다. 물론 "영화 '만추'라는 작업을 해서 아는데 감독님이 그렇게 좋은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상대를 더 노력하고 공부하게 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감독님은 사람이 능력을 잘 발휘하게 이끌어주는 역할을 잘하시는 분이다. 같이 작업해본 분이라면 모두 그렇게 느낄 것"이라고 남편을 추어올렸다.
탕웨이와 김태용 감독은 '만추'에서 배우와 연출자로 만났다. 다음 작품을 같이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차기작을 쓰고 있는 김 감독 작품의 여주인공이 탕웨이라는 소문도 들렸다. 하지만 OST 작업이라 많은 이들이 놀랐다. 연출자와 배우로는 언제 다시 만나는 걸까. 탕웨이는 "너무 조급해하지 말아 달라. 언젠가는 같이 작품할 날이 올 것"이라고 미소 지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에 들고 온 3가지 작품 중 '세 도시 이야기'가 특히 눈에 띈다. 중일전쟁 당시 우여곡절을 거쳐 결국 홍콩에서 재회하게 된 남녀의 러브스토리다. 중화권 최고 스타 중 한 명인 성룡 부모님의 실제 이야기다.
그는 "성룡 씨는 영화를 보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울었다고 하더라. 아마 본인이 직접 겪은 세월이 영화에 나와서 그랬을 것"이라며 "영화 속 이야기는 거의 90% 정도가 사실이다. 메이블 청 감독님이 성룡 씨 아버지와 오랫동안 친분이 있어 그 역할을 거의 완벽하게 그려냈다. 드라마를 써도 이런 이야기를 쓰지 못할 텐데 정말 드라마틱한 인생이고 한 편의 전기를 보는 듯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낭만적인 연인이 함께 나오고 행복한 결말인 게 좋았다. 동화 속에서나 알고 있었던 사랑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고 또 그걸 연기해 영광스럽다"며 "요즘은 제삼자가 나타나서 오해하고 좌절하며 파경 등을 겪는 이야기가 많은데 이렇게 계속해서 사랑을 이끌어나가는 것을 본 기억이 없다. 편지 하나 쓰면 3개월이 걸리고, 답장을 쓰는 데 또 3개월이 걸린다. 그걸 기다리고 받아들이면서 사랑을 이뤄나가는 가장 로맨틱한 사랑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여성이 그런 남자를 기다리고 있지 않나 싶다"고 짚었다.
탕웨이는 이제는 부산이 너무 익숙하다고 좋아했다. 그는 "이제 어디에서 차를 타고 내리면, 얼마를 더 걸어가야 하는지 안다. 또 무대에 오르면 어떤 바다가 있고, 어떤 햇볕이 나를 내려다보고, 관객들은 어디에 앉아있는지도 안다. 어느 방향으로 몸을 움직여야 하는지도, 나의 다음 일정이 뭔지 익숙해졌다. 익숙한 집에 왔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제가 부산에 있든 없든, 친구가 부산에 간다고 하면 부산에 관해 얘기하게 돼요. 그뿐만 아니라 내가 즐겼던 부분이 있다면 어떤 재미가 있다고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친근하죠. 부산에 온 누구라도 그렇게 느끼실 것 같아요."
탕웨이는 이제 진짜 한국 모두의 며느리가 된 것처럼 말한다.
"얼마 전 추석이었잖아요? 추석에 시댁 식구들이 모두 부산에 모여준 것 같아요. 저는 가족들에게 영화라는 선물을 갖고 왔죠. 많이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 하나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가끔 친구들에게 이메일 말고 편지를 보내면 어떨까요? 그걸 기다리는 시간이 좋은 휴식이 될 것 같은데요.(웃음)"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