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목요일의 생각] '아점' '브런치'…하루 두 끼가 뜬다고?

역사적으로도 하루 세 끼를 먹기 시작한 것은 200년 남짓. 인류 역사의 수십만 년 중 대부분은 하루 한두 끼이거나 어쩌면 훨씬 그에 못 미치는 식생활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도 자신의 저서 '양엽기'(鴦葉記)에서 '일반 백성들은 아침, 저녁 한 끼에 5홉씩을 먹었다'고 기록하고 있고, 윤기의 '반중잡영'(泮中雜詠)이란 시집에도 '성균관 유생들은 공자 석전대제 때나 세 끼를 먹을 수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식족평천(食足平天'먹는 게 족하면 천하가 태평하다)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중국도 하루 2식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부유층에서는 식사 대신 간단한 차, 다과를 간단히 먹었는데 이것이 딤섬(點心'dimsum)요리의 근원이 되었다고 한다.

서양의 런치(Lunch)도 낮에 아무 때나 먹는 간단한 음식이란 뜻이고, 불어의 데주네(Dejeuner)도 늦은 아침, 오후에 먹는 간단한 커피나 수프를 의미한다고 한다.

10여 년 전 강원도 원주의 요양원에서 만난 한 남자 약사는 하루 한 끼만 먹었다. 볶은 곡식과 약간의 과일과 채소로 한 끼만 먹고도 산속의 힘들고 거친 일상을 거뜬히 꾸려나갔다. 환자들에게 그는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나처럼 한 끼 먹으라고 안 할 테니 하루 두 끼만 먹어봐라 목숨 걸고.' 자신도 20년 동안 소화불량, 전신무력 같은 질환들을 달고 다녔지만 1일 1식을 시작한 후 모든 질병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고 했다.

현대는 포식의 시대다. 하루 세 끼도 모자라 간식을 챙기고 술자리에선 기름진 안주의 성찬이 또 이어진다. 영양학자들은 현대인은 식사를 3분의 1로 줄여야 건강, 장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대부분 칼로리의 만성적 과잉을 겪고 있고 이로 인해 몸에 불필요한 영양들을 쌓아두고 있다. 당시 원주 약사의 요양원 지침에 따라 식사량을 줄였던 상당수 환자들이 큰 효과를 보았다. 휠체어를 타고 왔던 환자가 두 발로 걸어서 나가는 것도 직접 목격했다.

언제부턴가 아침과 점심 사이에 느린 오찬을 먹는 '아점' '브런치'가 유행하고, 점심과 저녁을 한 번에 해결하는 '점저'(점심과 저녁)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의 강남의 부유층 사이에서도 하루 2식만 하는 가정이 늘고 있고 일부 연예인이나 지도층 인사들도 2식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물론 이 두 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원주의 소식(小食)이 질병치료가 목적이라면 지금 불고 있는 두 끼 바람은 다이어트나 미용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경험자들은 두 사례의 구분을 떠나 두 끼가 주는 심신의 효과에 아주 만족해한다.

무얼 먹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한결 자유로워지니 일상의 여유가 생기고, 편안해진 속 덕분에 숙면이 저절로 해결돼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한다.

우선 저녁을 간단한 죽이나 과일로 줄여보자. 그다음에 몸이 보내는 신호를 따라 한 끼든 두 끼든 몸에 맡기면 된다. 병 줄고 체중 줄고 근심도 줄고, 생각보다 많은 유익이 몸으로 찾아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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