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7년 만이다. 1978년 고리 1호기가 첫 상업운전에 들어간 대한민국은 올해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 회장국이 되었을 뿐 아니라, 격년제로 열리는 WANO 총회의 2017년 개최국으로 선정되었다. 대한민국의 원자력 기술력과 리더십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고 하겠다.
총회가 열릴 경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주는 현재 가압경수로형 원전 2기와 가압중수로형 원전 4기가 안전하게 운영되어 국내 총 발전 설비 용량의 5%를 담당하고 있으며,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까지 갖춰 원자력 전주기 체계를 갖춘 유일한 지역이다. 또한 내년 한국원자력환경공단과 한수원 본사의 이전이 마무리되고, 2017년 국제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면 경주는 명실상부 에너지 산업을 대표하는 글로벌 도시로 기억될 것이다.
WANO는 전 세계 민간 원전 운영사들과 원자력 산업계 지도자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다. 1989년 설립되어 35개국 126개 회원사가 가입되어 있으며, 체르노빌 사고 이후 사업자 간 정보 교환을 통해 '안전성 증진'을 최고 목표로 삼는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회에서 신임 WANO 회장인 조석 한수원 사장이 2가지 주제를 중점적으로 논의의 장에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첫째, WANO가 회원사 간에 원전 안전을 위한 정보 공유와 소통을 통해 안전성에 대한 '글로벌 기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원전 안전 점검, 원전 운영기술 지원, 원전 운영 정보 공유, 원전 운영 관련 회의 등의 협력 사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원전이 밀집한 서유럽, 동유럽, 동북아, 북미권 등 권역별 원자력 안전 공조 역시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권역별 원자력 안전 공조방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둘째, 원자력계에서는 여전히 해외기술에 의존해 턴키 방식으로 건설된 고리 1호기의 영웅담을 이야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건설 업체였던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자들로부터 눈칫밥을 먹으며 운영 경험을 익힌 원전 1세대 역군들이다. 당시 587MWe의 원전 1기에서 시작해 설비용량 1천400MWe급 한국형 원전을 개발하고 수출하기에 이른 대한민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짧은 시간에 원자력 기술의 자립뿐 아니라, 영구정지 이후 폐로를 통해 '건설부터 운영-해체-폐기물 관리'를 아우르는 원전의 전주기 산업체계를 완성하게 된다.
한국이 WANO 회장국을 맡게 되면서 원전 신규 도입국에 대한 건설 인프라 지원이나 원전 운영경험 전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는 WANO 회장인 조석 사장의 비전이기도 하다.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신규로 건설될 예정인 166기 중 대부분이 개발도상국에 건설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원전 건설 및 시운전 경험 교류 프로그램, 지역 상생 모델 등을 교류하는 방안이 내년 열리는 총회에서 활발히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에 대해 박수와 찬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커졌고, 신규 원전 건설사업 역시 지역 내 반대 목소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원전 운영에 있어 더욱 철저한 교육, 훈련 및 근무 태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원자력 발전이 대한민국 경제 발전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인 전기를 공급해 온 공로를 부인할 수는 없다. 다만, 해외에서 인정받는 높아진 위상에 비해 국내에서의 원전 위상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
'원자력 안전'을 위한 WANO 총회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만큼, 이번 기회가 국민들이 원자력에 대해 안전을 뛰어넘는 '안심'을 느낄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와 진정성 있는 소통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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