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
절망이 아니라
탄식마저 가능케 했던
미소 속으로
아니 파도 속으로
어머니 몸에서 빠져나온
벌거숭이 울음 속으로
생고구마 같은 가난 속으로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
낭만이 아니라
출렁이는 목숨 속으로
제비꽃처럼
말 없는 순간 속으로
당신의 홀가분한 눈빛 속으로
그동안 꾸려왔던 남루와 함께
지상에 벌여놓은 인연과 함께
더러움과 함께
저 떠오르는 태양의 수줍음과 함께
그렇게 떠날 때가 되었다.
(전문. 『정오가 온다』. 삶창. 2015)
"대부분의 사람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그들을 그들의 본질로부터 분리시키고 그들의 본질을 추상 상태에 빠뜨리는 슬픈 정념에 고착되어 있다. 구원의 길은 곧 표현의 길이다. 표현적으로 되는 것, 다시 말해 능동적으로 되는 것, 신의 본질을 표현하는 것…." 철학자 들뢰즈는 스피노자의 철학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썼다. 여기서 표현한다는 것은 감싸고, 또 펼치는 우리의 능동적 행위. 그것은 동일한 것의 반복으로서 재현이 아니므로, 언제나 떠난다. 떠남이다. 그런데 그 떠남은 '미소' '벌거숭이 울음' '태양의 수줍음'처럼 순수한 것이다. '절망'과 함께, '생고구마 같은 가난'과 함께, '더러움'과 함께 가는 운동이다.
그러나 정작 이 시가 나를 사로잡은 것은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는 말의 울림 때문이다. 시가 보여주는 표현의 능동성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말이 슬프다. 우리는 능동적 존재이기도 하지만 수동적이기도 하다. 우리의 생활 세계는 우리를 편안한 수동성으로 감싸주지만 어느 때는 가혹한 능동성으로 우리를 내몰기 때문이다. 이미 그 때가 온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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