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대구 예술인의 날' 행사가 내일(9일) 오전 10시부터 영남이공대 천마체육관에서 열린다. 2천여 명이 훨씬 넘는 대구의 문화예술인들이 대거 참석할 것이라는 소문이다. 초대장에 적힌 '전국 최초로 지역 예술인들이 한데 모여…'라는 글귀에서 엿볼 수 있듯이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특히 분야가 다른 사람들이 한자리에 이처럼 대규모로 모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예술 분야라는 특성상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여러 사람이 어울려 무대를 꾸미는 공연 분야라 하더라도 같이 일하는 사람들 하고만 더욱 가까워지는 경향 탓인 것 같다. 게다가 문화예술 각 분야마다 회장 선출을 위한 '선거' 바람이 불면서 치열한 경쟁이 빚어지고 조직은 사분오열 되면서 우리 모두가 대구를 빛낼 문화예술인이라는 공동체 의식은 희박해지고, 반면에 경쟁의식과 적대감(?)이 높아진 것도 원인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대구 예술인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으기 위해 애쓴 대구예총 임원진들의 노고에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문화부 기자로 일할 때나, 데스크를 맡은 지금이나 문화예술계 내에서 가장 '핫' 한 이슈는 '누가 ○○기관의 장이 되려고 한다' 든가 '누가 ○○○의 지원을 받아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등 주로 '감투가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였다. 아니면 '○○○가 ○○○에게 한 건 챙겨주었다'는 등의 뒷담화성 이야기가 주류를 이뤘다. 다른 세상만사와 마찬가지로 문화예술계 역시 인사와 돈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도 있고 관심도 크고 안줏거리로 그만일 것이다. 누가 어떤 자리를 맡느냐에 따라 이해관계도 크게 흔들린다.
그러나 대구 문화예술계가 그렇게 한가로울 수 있는 상황이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이 질문은 각종 기관'단체의 장(長)과 대구를 대표하는 중견 문화예술인들에게 특히 더 해당한다. 많은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각각의 분야와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의 일'에 충실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우리 모두의 일(=과제)'을 함께 해결해 나갈 때, 대구 문화예술의 기반이 더욱 튼튼해지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의 문화예술이 침체해 있다면, 또는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그것을 공무원이나 정치인의 탓으로 돌리려 하지 말자. 책임 회피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문화예술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 사람이나 한 단체의 힘으로 부족하다면, '모두'가 힘을 합해 요구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설득하자. 그동안 많은 문화예술 관련 기관들이 설립'운영되고 있지만, '규제를 위한 규제' '행정편의주의적 규정' 탓에 문화예술 기관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제한받고 있는 것이 부지기수이다. 공연 분야에서만 한 해 1천 명이 넘는 인재들이 지역에서 배출되고 있음에도, 이들이 갈 곳은 없다. 해외유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치고 돌아와도 기다리는 건 대리운전뿐인 것이 오늘날 지역 청년 예술인들의 현실이다. 청년 실업이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지만, 청년 예술인에 대한 고민과 정책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것은 공무원이나 문화정책 연구자, 정치가가 할 일이지, 예술가가 할 일은 아니지 않느냐. 예술가는 자기 예술 활동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 어떤 의미에서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책임' 있는 문화예술 단체나 기관의 임원이라면, 대구 문화예술계의 '책임' 있는 중견'원로 예술가라면, 그런 생각은 틀렸다. 문화예술은 철저한 역사적 사회적 산물이기 때문이다. 모처럼 힘들게 마련한 '대구 예술인의 날' 행사가 친목과 화합을 넘어,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를 더불어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대구의 젊은 예술인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줄 수 있는 '대구 문화 공동체'의 첫 출발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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