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과 재벌, 범죄와 응징, 코미디와 액션이 키워드인 범죄액션 드라마이다. '끝까지 간다'(2013)의 비리 형사 역할로 흥행배우 대열에 들어선 이선균의 원톱 플레이가 인상 깊다. 이선균은 유능하고 유들유들하며 뻔뻔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정의감을 발휘하는 이미지의 캐릭터를 발전시킨다. 주인공 변호사의 활약과 함께, 결정적인 증거들로 인해 반전을 거듭하는 법정 드라마, 범죄의 원인을 추적하는 추리수사극, 범인들과 엎치락뒤치락 몸싸움을 벌이는 액션, 그리고 동료들과 벌이는 코미디와 자잘한 로맨스까지, 흥행을 노린 장르적 요소들 여러 가지가 다양하게 버무려진다. 가을 극장가에서 활약할 오락영화임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흥행을 노린 이 상업영화가 지금 우리 사회와 관련되어 지니는 의미는 심상치 않다. 1천3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영화 흥행순위 3위에 오른 '베테랑'이 가진 날카로운 사회반영성이 '성난 변호사'에서도 이어진다. 유능한 대형 로펌 변호사가 변론한 '기업 소송'이 재벌 회장의 살인 범죄로 이어지고, 돈과 권력을 쥔 재벌의 부도덕성이 사회에 끼칠 폐해가 당연시되는 상황이 연출된다. 양심적인 법조인과 경찰이 있고, 정의와 불의가 한바탕 대결을 펼치는 과정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며, 동시에 지금 이 사회의 수준을 목격하게 하는, 그런 유형의 장르 영화이다.
승소 확률 100%의 유명 로펌 에이스 변호사 변호성(이선균)은 제약회사 소송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승승장구한다. 이어서 그에게 새로운 의뢰가 들어오는데, 바로 시체도 증거도 없는 신촌 여대생 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변호하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선망의 대상인 제약회사 회장(장현성)이 재판 의뢰인이자 용의자의 고용인이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사건이지만 변호성의 두뇌는 빠르게 움직이고, 파트너인 박사무장(임원희)과 함께 사건 현장에서 용의자의 혐의를 벗길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한다. 용의자는 피해자와 연인 사이였다고 말하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만, 변호성의 후배이기도 한 담당 검사 진선민(김고은)은 피해자가 스토킹을 당했다고 반박한다. 첫 공판에서 변호성이 유려한 변론을 펼치며 재판의 주도권을 잡아가던 도중 용의자가 갑자기 범행을 시인하면서 사건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야기는 여러 차례의 변곡점을 맞이한다. 사건은 단순 살인사건이 아니라 제약회사의 거대한 음모와 결합된다. 사건의 근본 원인은 어마어마한 돈과 권력을 가진 자의 비인간성이다. 주인공은 거대한 기업 비리의 한복판으로 들어가기 위해 속마음을 숨기고 여러 번 모습을 바꾼다. 영화의 재미는 주인공이 꾸미는 지략을 관객이 뒤늦게 따라가는 시간차 공격의 서스펜스에서 발생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추리극과 스릴러가 오가는 구조는 극적 긴장감을 끌어낸다. 이에 걸맞은 플래시백과 카메라의 독창적 활용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그에 비해 본심이 쉽게 드러나고 마는 주인공과 사건의 열쇠들, 팽팽한 긴장감의 한 축인 여성 검사의 활약이 다소 아쉽다. 게다가 속편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변호성과 박사무장의 코믹 콤비의 앙상블은 기대만큼 잘 살아나지 않는다. 하지만 몇 가지 흠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지닌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기존 범죄액션영화들이 조폭이나 사업가, 정치인 등이 연루된 거대한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인물들의 활약상을 그리거나, 범죄 뿌리 뽑기가 불가능한 사회의 한계를 보여주었다면, '베테랑'과 '성난 변호사'는 재벌의 추악한 얼굴을 생생하게 까발리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는 재벌의 불법이 사회조직을 장악한 지배층들의 엄호와 비리 속에서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을 꿰뚫는다. 또한 "니들이 거슬려!"라는 회장의 단순한 코멘트에 수많은 아랫사람이 알아서 노예가 되어 대신 범죄를 저지르는 현실을 날카롭게 투영한다. 영화는 오늘날 사회의 다수가 기득권을 바라보는 분노와 불신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척도로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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